나이아가라폭포엔 애절한 부성애의 전설이 서려 있다. 폭포 근처에 사는 인디언들은 달빛이 환한 달밤에 폭포의 안갯속으로 떠오르는 무지개를 보고 신이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해마다 폭포의 신에게 예쁜 소녀를 제물로 바쳤다. 인디언들은 제물을 바칠 때가 되면 마을에서 제물용 소녀를 뽑아 홀로 배에 태워 폭포로 흘러내려 떨어지게 했다.

한번은 추장의 외동딸이 제물로 뽑혔다. 아내와 사별 후 오직 하나밖에 없는 딸에게 모든 사랑과 정성을 쏟아 온 추장은 한없이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슬픔을 내색하지 않은 추장의 표정이 너무나 근엄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추장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를 몰랐다. 마침내 제물을 바칠 날이 다가왔다.

꽃으로 장식된 배에 추장의 딸을 태웠다. 그때까지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운명을 모르고 있던 추장의 어린 딸은 아빠를 찾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빠가 보이지 않자 딸은 공포에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무정한 배는 폭포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때 수풀 속에 숨어 있던 한 사나이가 배를 저어 소녀가 탄 배 쪽으로 다가갔다.

다가온 사람은 소녀의 아버지, 추장이었던 것이다. 소녀의 배에 오른 추장은 소녀를 부둥켜안고 소녀와 함께 폭포의 물결에 휩쓸려 떨어졌다. 아버지 추장은 딸이 죽는 순간 갖게 될 공포를 잊게 해주기 위해 딸과 같이 죽음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최후의 순간에 딸에게 든든한 아버지로서의 부성애를 다한 추장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는 ‘아버지’하고 불러보고 싶게 한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갓 난 어린 딸을 돌보기 위해 계약금 14억 원을 포기하고 미국의 딸 곁으로 돌아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의 속 깊은 부성애 미담도 감동적이었다.

자신과 같은 병에 걸려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7살 딸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다”며 180여 명의 산악인 목숨을 앗아간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한 호주의 한 시각장애인의 부성애도 거룩했다.

딸바보 아버지의 부정무한(父情無限)이 스산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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