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한달 빛과 그림자
인사난맥·사드 ‘뜨거운 감자’ 부상

‘파격적인 리더십’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재인 대통령이 9일로 취임 한 달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성큼 다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권위주의적인 리더십과 대비 효과를 내면서 더욱 강렬한 빛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탈권위주의적 행보와 함께 임기 초 강력한 추진력에 박수도 적잖게 나온다. 문 대통령이 한 달 새 내놓은 정치는 대개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됐다. ‘사회정치’의 성공작이라는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도 없다. 청와대 참모진에 사회수석이 가장 먼저 인선되고 활동반경을 넓히는 사이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등은 여전히 공석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7일까지 네 차례 현장 정책일정을 가졌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선언(인천공항),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노후 화력발전소 셧다운 지시(서울 은정초등학교), 치매국가책임제 강조(서울요양병원) 등이다. 이날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했다. 모두 공약과 직결되는 소외된 계층을 아우른다는 사회정치였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오랜 사회적 숙제이다. 원자력발전대책도 에너지보단 미세먼지라는 사회문제의 한 부분으로 들어갔다. 치매 대응은 노인세대와 부양 자녀들이 겪는 사회적 고충과 불균형을 해소하겠단 취지다.

국정기획자문위는 6일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를 거부했다. 통신비 인하 방안이 미흡하다는 이유다.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신자유주의 경제운영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각종 수수료나, 통신비도 사회정책으로 본다는 평가다.

구미, 영덕, 대구 등 경북권 출신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수현 사회수석경제, 김현철 정책실장 경제보좌관의 존재감도 커졌다. 김 수석은 지난달 14일 임명됐는데 정책실 수석 중 가장 빨랐다. 지난 1일 청와대의 수석·보좌관 회의 브리핑에선 “사회수석의 보고가 있었다” “사회수석에게 지시했다”는 대목이 이어졌다. 지난달 25일 첫 수보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각종 경제지표를 보고한 당사자도 김 수석이다.

2015년 ‘어떻게 돌파한 것인가’라는 저서를 낸 김현철 경제보좌관의 한국경제 진단은 엄중하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성장에 따른 소비와 생산 위축 우려가 일본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경제가 일단 장기저성장에 들어가면 이를 극복하기가 일본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므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론이다. 향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어젠다(agenda)를 설정할 때 청와대 내부에서 조정자의 역할이 기대된다.

그러나 사회정치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시장이 불안한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제정치’가 보이지 않는 현상 때문이다. 경북 출신의 대기업의 임원인 김 모씨는 “원전을 미세먼지 발생이나 안전성 등 사회문제로 보고 접근하고 있지만 에너지원과 원전 수출이라는 경제논리는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정부는 일자리공약을 챙기고 있다. 공공부문일자리 창출을 내걸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많다. 장하성 정책수석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이미 시작됐다”고 했지만 성장 없는 경제정책의 끝이 어딘가는 전망이 어렵지 않다. 비정규직 대책 관련해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는 이 나라의 최대 현안이다. 청와대와 국방부 사이의 정부 내 문제인데 국민앞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국제사회에까지 알려지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야당의 비판도 서서히 고를 들고 나온다. 바른정당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개최된 의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과 사드공방을 보면 말로는 소통이라지만, 그 밑에 도사리는 오만과 독선이 원인”이라고 비판한 뒤 “국정위가 완장 찬 점령군이 됐다”며 “소통이 아닌 호통, 불통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국민 개개인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민주화된 이후에도 계속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유럽형의 사회적 시장경제로 바꾸는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