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부족으로 선수난 허덕
학생스포츠 발전을 위한 실질적 정책추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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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욱 정치경제부 부장
지난 5월 29일 낮 12시 충남 아산테크노밸리 축구장의 하늘은 참으로 맑았다.

이날 제46회 전국소년체전 여자초등부 4강에 오른 포항 상대초 유효준 감독과 선수들은 더욱 뜨거운 눈빛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그런데 아뿔싸 그라운드에 선 선수는 10명뿐이었다.

이마저도 제대로 훈련받은 선수는 8명뿐이었고, 2명은 일반 학생으로 엔트리를 채워 경북대표로 출전한 것이다.

이들은 8강전에 이어 4강전에도 10명의 선수로 경기에 출전했지만,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며 1-3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난 2015년 전국 여자초등부대회 5개를 석권하고, 지난해 여왕기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여자 초등축구 최정상으로 명성을 떨쳐온 상대초의 현실이었다.

한국 여자축구는 지난 1946년 첫 여자축구팀이 결성된 뒤 2009년 여자실업리그인 WK리그 출범과 2010년 FIFA U-17 월드컵 우승으로 불꽃을 피우는 듯했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관심밖에 있다.

유교사상에 바탕을 둔 한국의 정서상 딸을 거친 축구선수로 키우려는 부모들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겠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의 관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교육부와 경북도교육청 등 교육계는 학생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1교 1기를 지정만 할 뿐 팀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마련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이번 소년체전 기간 중 보여준 교육계의 모습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경기와 서울을 제외한 대다수 교육관계자는 성적이 여의치 않자 ‘학생 스포츠에 굳이 등위를 매기는 게 교육적으로 맞느냐’는 반론을 제기했고, 경북교육청 역시 금메달 목표가 미달하자 ‘소년체전에서 메달 색깔은 별 의미가 없다’라는 역설들을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상대초가 4강전을 펼치던 시각 이영우 경북도 교육감은 애초 격려방문 계획을 바꿔 우승을 노리던 항도중(여중부) 축구경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2009년 경북도 교육감으로 취임한 뒤 매년 소년체전 기간 내내 경기장을 지켰던 이영우 교육감의 애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날 상대초 경기장을 포기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상대초 선수들은 그러한 홀대 속에서 응원단조차 없이 외롭게 경기를 치렀고, 애처롭게 경기를 펼치는 그들을 바라보는 기자의 가슴은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이에 오늘 짧은 글을 통해 제46회 전국소년체전의 진정한 챔피언은 10명의 상대초 여전사였음을 기억하고자 지면에 이름을 새겨본다.

그들의 이름은 골키퍼 임경원, 수비수 장예은 장예담 정한별 박설위, 미드필더 배윤경 공격수 배단영 김이영 오다은 정유진이다.

그리고 비단 상대초뿐만 아니라 일부 인기종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북 학생스포츠팀들이 비슷한 상황이란 점에서 경북 교육계와 체육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당부한다.

또한 이영우 경북 교육감에게는 특별히 상대초 선수단을 방문해 그들의 노고를 살펴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기를 부탁드린다.

그것이 진정한 관심이자 학생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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