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장의 일등참모 유기는 명나라 창건의 개국공신이다. 강직한 성품으로 부패가 만연한 공직에 적응못해 세 번이나 사직서를 냈다. 고향에 은거 중 주원장의 3번에 걸친 부름을 받고 주원장을 도와 천하 통일에 성공, 명나라를 세웠다. 하루는 명 태조 주원장이 유기에게 물었다.

“나라와 백성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오”

“백성을 다스리는 도는 너그러움과 인자한 관인(寬仁)에 있습니다”

유기는 대쪽같은 성품 때문에 최고 권력 실세 이선장과 대립, 이선장이 모함을 하자 관직을 버리고 낙향했다. 겉으로는 관대한 것처럼 보이나 속마음은 의심이 많고 급한 주원장의 성격을 잘 아는 유기는 벼슬에 연연하지 않았다. 주원장은 이선장 대신 유기를 승상으로 삼으려고 그를 불렀다.

“이선장은 원로공신으로 저보다 신하들과 조화가 잘 됩니다” 유기의 뜻밖의 대답에 주원장이 의아해 물었다.

“이선장은 여러 차례 경의 단점만 나에게 말했는데 경은 어째서 그의 장점만 말하는가? 나는 당신을 승상으로 삼고 싶은데…”

“국가 대사를 처리함에 있어 재상의 위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재상은 대전의 기둥과 같아 작은 기둥을 쓰면 꺾이기 마련입니다. 소신은 작은 기둥에 불과해 감히 재상의 자리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주원장은 재상감으로 다른 신하에 대해 물었다.

“양현은 어떻소?”

“그는 재상의 재능은 지니고 있지만 도량이 부족합니다. 재상은 반드시 물과 같은 마음을 지니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됩니다. 그런 면에서 양현은 부족합니다”

“그럼 왕광양은 어떻소?”

“양현보다 도량이 좁고 가슴에 품은 뜻도 작습니다”

“호유용은…”

“절대로 재상 재목이 아닙니다. 재상을 수레에 비교해보면 호유용이란 수레는 질이 안 좋아 타고 다니다가 수레바퀴가 빠져버릴 겁니다”

그 뒤 주원장은 시험 삼아 이들 모두를 재상으로 써보았다. 그 결과 유기가 지적한 대로였다. 양현은 법을 어겨 처형되고, 왕광양은 사약을 받았고, 호유용은 모반에 관련, 처형됐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청문회에 발목이 잡혀 인사가 표류하고 있다. 원인은 인사검증 부실이다. 유기 같은 형안을 가진 참모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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