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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장·차관급 고위직 인선을 보면 마치 오기(傲氣)로 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정부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통과 오기로 통치를 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덫에 걸려 대통령 자리까지 쫓겨난 현실을 직접 본 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한 달을 겨우 넘긴 현재의 모습은 상대를 무시한 ‘내 맘대로 식 통치’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이런 단호한 결의는 사드(THAAD)의 국내 배치를 교묘하게 반대를 하는 중국 정부에 보여 주었으면 안보 불안에 떨고 있는 많은 국민에게 열렬한 박수를 받지 않았을까. 지나친 아집은 결국엔 본인에게 생채기를 내게 된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장관에 지명한 인물 중 강경화 외무장관후보자를 제외하고는 전원이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거나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대선 공신들과 친문 인사들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대탕평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한 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만의 마이웨이 내각’을 만드는 대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장관으로 지명된 인사들 대부분이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공직 배제 5대 원칙’ 기준에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후보의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현재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후보자들 가운데 송영무 국방(위장전입), 조대엽 고용노동부(음주 운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논문표절), 안경환 법무 (자녀 이중국적, 음주 운전, 여성 비하) 등이 청문회서 많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청문회가 끝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통진당 해산반대 소수의견)과 강경화 외무(위장 전입, 탈세) 등은 야당들이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문 대통령에게 지명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무장관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의 청문 보고서 없이 조만간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께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국회청문회가 후보자들의 정책 검증을 하기보다는 흠집을 내는 데 주력을 하고 있다”면서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워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다며 대국민 약속을 한 것을 깡그리 없었던 것으로 돌려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인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야당을 상대로 국민에게 이미 검증을 끝냈음을 내세워 강공으로 치닫는 모양새는 지금까지 ‘협치’를 외쳐온 문 대통령의 민낯을 보는듯하다. 이제 정권을 쥐었으니 ‘내 갈 길을 간다’고 하는 모양새는 국민에게 어떠한 변명을 해도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5대 원칙’에 저촉되는 후보자는 과감하게 정리를 하고 대선 공약을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문 대통령이 야당이던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인사 때마다 민주당(야당)에서 갖은 트집을 걸면서 많은 인사를 낙마를 시킨 것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문 대통령에게로 되돌아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왜 이렇게 흠결이 많은 인사를 장관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일까? 자신의 ‘5대 인사원칙’에 포함되지 않는 인물들을 천거 받아 적재적소에 앉히면 구태여 야당과 핏대를 올려가며 강공으로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험한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 타협의 협치를 하겠다며 공언했던 취임식 때의 문 대통령의 신선한 이미지는 어디로 가고 이제는 아집과 독선의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늪에 빠져 허우적대면 될수록 몸은 자꾸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문 대통령도 잘못된 부분이 지적되면 이를 빨리 받아들이고 올바른 수용의 모습을 보이면 아무리 깊은 수렁이라도 빠져나올 수가 있다.

대통령의 권력이 아무리 무소불위라 해도 민심의 흐름에는 역류를 할 수가 없듯이 지금은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80%를 웃돌지만 언제 이 고공의 지지도가 벼랑으로 곤두박질칠지 모르는 법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대도의 정치를 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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