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쏠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감상) 아침에는 계단을 내려가다 삐끗 발목이 접혔다. 낮에는 발을 다 넣지도 않고 차 문을 닫아서 발등이 끼였다. 점심때는 밥을 다 삼키지도 않고 말을 하다가 사래가 걸렸다. 오후에는 가방을 제대로 열지도 않고 책을 꺼내려다 손끝을 베였다. 불안불안한 저녁이 남아있다. 흔들리려고….(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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