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 다 풀릴 때까지 전처 딸을 팬 횟집 여자가 하품을 하며 손질한다. 바다는 전복 속을 뒤집어 놓고 입 큰 물고기들의 딸꾹질로 연신 출렁댄다. 푸른 등을 돌린 다랑어 내장같이 우린 칼등으로 서로를 기억의 도마 밖으로 쓸어내고 싶은 거다. 자주 발라먹은 속살에 질려 산중턱을 떠가는 흰 배 곧추선 닻을 본다. 이름 난 여행지가 대부분 그러하듯 실망스러운 벗음 몸을 보여주고 벼려온 파혼을 감행하기 좋은 모래바람이 분다.




감상) 아직 어린 두 아이가 그 소나무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과장된 추억 속에서 아이들은 해맑고 어른들은 침묵하거나 침울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은 그곳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어른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있었다. 다만 어른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곳에는 모래바람이 있어서 추억이 부스러지기 좋았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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