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건설 백지화 등 정부 약속 SOC 사업 차질 불가피
경북 13조4천억 규모 원자력클러스터 조성 무산 위기

고리1호기 영구정지, 발언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으로 원전 등이 밀집한 경북 동해안의 원전 관련 사업에 큰 변화가 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선 당시 탈원전을 공약한 문 대통령이 이날 이를 공식화함으로써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인 경북에도 관련 사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경북에는 국내 원전 25기 가운데 12기가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도 가동 중이다.

울진에 원전 2기를 건설 중이고 2기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으며, 영덕에는 천지원전 2기를 지을 예정이다. 경주에는 수명연장으로 논란을 빚은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전 중이다.

경북도는 2012년부터 2028년까지 원전이 몰려 있는 동해안에 발전, 연구, 생산, 실증을 복합한 원자력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국가 차원 원전 수출 전초기지를 구축해 동해안을 원자력 산업 중심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4개 분야 12개 세부 사업에 13조4천억 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12조 원을 국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인력 확보 분야 3개 사업만 성과가 있을 뿐 연구·실증기반 마련, 부품·소재산업 육성, 친환경 인프라 구축 분야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천지원전 건설 계획에 따라 정부에 제안한 원자력병원·원자력 테마파크 건설사업은 지난해 경주 지진 등으로 영덕군이 원전 관련 업무를 중단해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그동안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데다 탈원전 정책이 구체화하면 축소 또는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는 원전이 가장 많은 동해안 지역 주민이 그동안 희생을 감수한 만큼 정부가 특별히 관심을 두고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로 설계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논란도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인근 주민들은 수명연장을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해 지난 2월 1심에서 승소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20일 운영허가가 끝났으나 한국수력원자력은 10년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2015년 6월 23일 발전을 재개했다.

하지만 노후원전 폐쇄 요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9월 경주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앞으로 계획한 신규 원전 건설도 불투명하다. 천지원전의 경우 경주 지진 이후 영덕군수가 관련 업무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예정지역 지질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원전 건설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신청과 건설허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에서 설계용역을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탈원전 공식 선언으로 신규 원전 예정지인 영덕과 울진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도 엇갈리고 있다.

반핵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한발 더 나아가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1, 2호기에 대해서도 운영 정지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원전 주변 지역인 울진 북면과 죽변면 주민들은 “원전 건설로 약속된 지역 SOC사업 추진을 비롯해 경기 활성화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당초 계획된 신 한울원전 4개 호기가 예정대로 건설될 것을 희망했다.

영덕 천지 원전 건설 예정지 주민 역시 “그동안 토지 매입이 늦어져 재산적 피해를 비롯해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며 정부의 심도 있는 상생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난 정부가 예비 타당성 없음이라는 이유로 백지화시켰던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설립이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 올랐다.

실제 문 대통령도 이날 탈원전 선언 후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원전해체센터를 경북 경주와 울산, 부산 등의 지역에 건립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원전 정책이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앞으로 원전해체센터 유치 등 원전 안전성 확보 관련사업 추진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승복 기자, 김형소기자
양승복 기자 yang@kyongbuk.co.kr

경북도청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