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대학원 박사과정 신가영씨 논문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대가야 지산동고분군 전경.
새 정부 들어 새로운 역사학계 화두로 등장한 가야사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가야는 ‘연맹’이란 관념서 벗어나야 한다는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을 지시한 가야사에 대한 역사학계의 인식은 “기원 전후 생겨나 한반도 남부에서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연맹’을 이뤘던 나라. 562년 대가야가 신라에 항복하면서 소멸했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지금껏 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처럼 중앙집권화된 정치 체제를 갖추지 못했고, 여러 나라가 연합체 형태로 존재했다고 알려졌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신가영 씨는 최근 열린 연세사학연구회 학술발표회에서 ‘가야사 연구와 연맹이라는 용어’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가야를 ‘연맹’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가야에 따라붙는 ‘연맹’이라는 용어가 학계에서조차 통일되지 않은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신씨의 논문에 따르면 가야가 연맹으로 불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역사학계에서 고대 정치구조의 발전 단계를 ‘씨족사회-부족국가-부족연맹-고대국가’로 보는데, 가야는 신라처럼 강력한 왕국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이전 단계인 ‘연맹’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가야, 금관가야, 아라가야, 소가야 등이 연맹체를 결성했다는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가야 국가가 단일연맹체를 맺었다는 견해는 많은 책에서 사실처럼 기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씨는 정치구조 상의 연맹과 연합과 비슷한 뜻의 연맹이 혼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야의 연맹 문제는 연맹이라는 모호한 개념 정리 속에 갇힌 채 분석이 이뤄졌다”며 “연맹의 개념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연구자마다 제각기 사용되는 것은 유익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씨는 가야사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연맹이라고 부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가야에 중앙집권적 성격이 있었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경북 고령을 중심으로 전라도 동부까지 세력을 뻗친 대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와 같은 유사한 정치구조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야라고 불렸던 정치체들은 수가 많았기 때문에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는 간단히 단정하기 어렵다”며 “‘중앙집권화 정도’만이 발전 단계의 척도라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야 국가들이 단일연맹체를 유지했다는 견해도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신씨는 주장했다.

그는 “대가야가 호남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할 때 다른 가야 세력들이 함께 행동하지 않았음은 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며 “대가야가 백제와 대립할 때도 다른 가야 국가가 함께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모든 가야 국가가 정책적으로 공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씨는 “앞으로의 가야사 연구에서는 연맹에 대한 의미 부여에 골몰하기보다는 가야 제국 간의 역동적 관계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며 “기존의 연구 동향에서 벗어나 더욱 열린 시각으로 가야사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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