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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사이에 사드 문제가 연일 이슈다. 박근혜 정부 말기,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이 해외 첫 방문지로 한국으로 오는 등, 빠른 속도로 사드배치를 진행하였다. 그만큼 우리는 물론, 미국으로서 절박한 이슈였다. 그런데 한국의 신정부가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들고나오면서 다시 진행이 정체되고 있다. 국방부로서 국가의 긴급현안으로서 나름 적법하게 사드 배치를 추진했던 것이었고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면, 그 당시에 했어야 했다. 한·미 간에 한쪽 정부가 바뀌었다고 국내법절차를 가지고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여 전 정부 사이의 합의를 깨는 것은 국제법이나 외교 전략상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피를 나눈 동맹국 사이에는 매우 결례되는 일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에 대해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지난 8일 (현지 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반도 안보 현황을 보고하면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차라리 빼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국내에 전해지자 국가안보실장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에 나서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여기다 불을 붙는 일이 6월 1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발생했다. 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한 발언이 일 탄이다. 말인즉 그럴듯하지만,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염치와 의리가 결여된 약삭빠른 말이기 때문이다. 마치 장모가 중병에 걸려 아내가 문병 가려는데, 남편이 당장 숨넘어가는 일이 아니니, 자기가 하는 일을 마저 돕고 천천히 가보라 하여, 아내가 그러면 정말 섭섭하다 하니, 그 정도로 섭섭하면 무슨 부부냐고 하는 류(類)의 이야기다. 친정부모의 생사가 달린 일을 ‘그 정도’라고 표현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사드배치는 현재 한·미 양국에 가장 중대한 일이며 동맹관계의 핵심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해 한·미 합동훈련과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이 외교 문제로 비화하자,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고도 한다.

개인 간에도 그렇지만 국가 간 합의나 협력에도 기본자세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신의성실’이란 각자가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가 헛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하는 것이며, 문명국 사이에 통용되는 법의 일반원칙이다. 따라서 조약과 국제관습법에 이은 국제법의 하나다. 국가는 애정에 바탕한 가족관계가 아닌 무정부 상태로서, 힘의 논리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 친한 나라일수록 서로 공경하고 성의 있게 대해야지, 장사치들이 물건 흥정하듯이 하면 안 된다. 하물며 국민의 생사존망이 달린 절체절명의 사안을 두고 말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확인하지 않았나? 그런 말로만 말고 상대방이 믿음이 가도록 행동하라. 지금 성주에는 사드반대 주민들이 군부대 길목을 점거하고 미군 트럭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우방국이 불신과 모멸감을 느끼게 하지 말자. 국방에는 설마가 없다. 만의 하나의 확률이 있더라도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 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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