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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우리 역사는 4·19 혁명을 이루고 6월 항쟁을 거쳤으며 드디어 지난겨울 촛불 혁명을 완수하고 드디어 전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세상이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버티는 세력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4·19 혁명의 성과가 현실에 반영되지 못한 것은 5·16 군사반란과 그 이후 국회의원 3분의 1을 대통령이 지명하던 식의 정치적 암흑기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도 우리 사회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느냐에 대하여는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한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는 바로 정치권력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당은 색깔과 이름만 바꾸었을 뿐이고 1987년 이후에도 줄곧 국회의원을 해 온 다선 의원들이 매우 많은 것이 사실이다. 치욕스러운 역사인 3당 야합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진보와 호남, 충청 등을 기반으로 한 정당과 보수층과 영남, 강원 등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사이좋게 정치권력을 나누어 가지는 양당구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력이 교체되지 않으니 이들의 영향을 받는 기업이나 사회도 거의 달라지지 않고 이들과 함께 공생하며 결국 한때 잘 나가던 대한민국을 헬 조선으로 만들고 만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이때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1년 이상 남은 시점이었으므로 국회에서 의지만 있었다면 이에 대하여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었던 때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전국단위의 정당 득표율에 맞는 의석을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소선거구제인 지역구에서 승리한 후보자의 수만 많으면 전국적인 정당 득표율이 낮더라도 의회 의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불합리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경우에 지역구 선거에서 어느 당이 정당 지지율에 비하여 지나치게 많은 의석을 얻은 경우에는 당선된 지역구 의원을 탈락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결국 비율을 맞추기 위하여 부득이 전체 국회의원 의석수가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투표가치의 평등을 이루고 소수자 보호를 위하여 마땅히 치러야 할 비용으로 생각해야 나라가 바뀔 수 있다. 뭐든 더 좋은 것 하자면 비용이 더 든다.

중앙선관위의 당시 제안은 정확히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전국을 6개 단위로 나누어 그곳에서의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의 의석수를 조정하자는 것이었다. 내년에 있을 광역지방의회 선거에서 이를 곧바로 시행해 보는 것이 좋겠다. 영호남 모두 광역의회에서 일당독재에 가까운 싹쓸이를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국민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광범위한 촛불 개혁의 뜻을 받들지 않는 정당이 살아남을 길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정치제도, 선거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지면 더더욱 국민의 뜻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정당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선거연령의 하향도 절실하다. 실질적인 1표 1가(one vote one value) 원칙 실현을 위한 부단한 노력, 현재의 지역구(253석) 대 비례대표(47석)의 비율을 5:5로 고쳐나가는 혁신을 통하여 개별 직능 대표자와 소수자의 목소리까지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이 반드시 강구되어야 한다. 정말로 달라진 세상을 원하기에 반드시 지금 정치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계속 손 놓고 있다면 다시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전체 국민이 바라는 세상과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전혀 달라지는 작금의 왜곡을 개선하기 위하여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바로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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