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번뜩 지나간 어느 해 저녁노을이 바다에

가득 내리면서 한 비바리가 깊은 속으로 들어가 살이

떨리는 그리움으로 소리 지른다. 심해어들이 떼지어 흘러가고

기포들이 수도 없이 입을 벌리고 일어선다. 지상에는 우리가

아는 이름들이 하나둘 사라져간다. 기다리는

사람의 집도 허물어져간다.

이제 빛은 캄캄하고 새의 울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바다의 언덕에는 침묵이 발을 내리고

보이지 않는 뿌리를 뻗는다.






감상) 지상은 보이지 않는 바닷물로 출렁거리고. 나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는 한 줄기 수초 어떤 물고기들은 바퀴를 달고 달려가고. 어떤 암석은 뿌연 창문을 열지도 않은 채 몇 계절을 지난다.나는 오늘도 웃으려고 소리 지르려고 무엇이든 고백하려고 안간힘으로 온몸을 흔든다. (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