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대구에서 닭을 팔고 사고 하는 상인의 토종닭이 죽은 것을 확인해 봤더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앤자(AI)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 검역본부가 정밀검사를 한 결과다. AI 청정지역이던 대구·경북에 3년 만에 다시 감염 사례가 나타난 것이어서 대구시가 시 지역은 물론 경북도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게 온 힘을 쏟고 있다.

발생농가 인근 3km 이내 7농가에서 키우던 닭 725마리를 땅에 묻은 데 이어 가축 이동을 막기 위한 통제초소도 발생 농가 뿐 아니라 동구와 북구, 수성구 등 3곳으로 늘렸다. 이와는 별개로 닭이나 오리를 사육 중인 100마리 미만 농가에 대해 수매, 도태를 추진하는 등 확산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대구에서 보다 앞서 지난 3일 제주에서도 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정부는 12일부터 2주간 가금류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등 AI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확산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와 대구에서 잇따라 발생한 AI는 예사롭지 않아서 걱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AI는 주로 날씨가 추운 계절에 발생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AI 바이러스는 고온과 습도에 약해서 겨울과 봄에 생겨서 확산 되다가 여름철이 되면 숙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여름에 AI가 발생해 큰 피해를 입힌 데 이어 올해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발생 경향 때문에 AI가 토착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AI 바이러스를 철새가 옮기는 것으로 봤지만 전에 유입된 AI 바이러스가 근절되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AI가 토착 전염병으로 변이됐다면 언제든 기온과 환경만 맞으면 창궐을 반복할 수 있다. 실제로 연중 내내 더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AI가 상시 발생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AI 관련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고 상시 발생을 전제로 방역체계를 개편한다고 하지만 일선 시군에서 체계를 갖추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농장 종사자나, 살처분에 나섰던 사람들에 대한 인체감염 등에도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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