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0대 3 졌지만 신예 활약
‘지옥의 레이스’ 돌파 희망 발견
상주, 서울 원정서 2대 1 승리
대구FC, 전북에 2대 2 무승부

포항스틸러스가 제주유나이티드에 무릎을 꿇으면서 또다시 선두권 진입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누구도 생각지 못할 만큼 파격의 카드를 꺼낸 최순호 감독의 의도가 골키퍼 김진영의 어이없는 플레이와 페널티킥 징크스로 인해 충격의 대패로 이어졌다.

포항은 지난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서 제주 멘디의 고공폭격을 견디지 못한 채 0-3으로 패배했다.

최순호감독은 이날 그야말로 파격적인 카드로 제주 조성환 감독은 물론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11명의 선발멤버중 황지수와 무랄랴를 제외한 9명의 선수를 모두 신인급 또는 2진급 선수로 내보낸 것이다.

이들중 그나마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선수는 이광혁과 이상기, 골키퍼 김진영, 시즌 초반 잠시 얼굴을 내밀었던 이승희와 장철용 등이었다.

이들 외에 U-20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우찬양과 이승모, 지난 경기서 배슬기 대신 투입된 수비수 조민우, 공격수 김동기가 선발로 나섰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이 파격의 카드가 대실패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안거리도 많았다.

포항은 시즌을 앞두고 선발라인 구성조차 쉽지 않은 만큼 얕은 스쿼드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15라운드까지 김광석·양동현, 강상우, 권완규 등 주전멤버 대부분이 전 경기에 출장, 체력적 손실이 엄청났었다.

여기에 지난 17일부터 5주간 주 2회씩 모두 10경기를 치러야 하는 지옥의 레이스까지 겹치면서 얕은 스쿼드의 포항으로서는 체력안배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최순호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무려 9명의 신인급 선수들을 투입하는 모험을 걸었고, 지옥의 레이스중 다시 한번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의도 속에 꺼내든 파격의 카드는 전반전 성공적이었다.

4분 이상기의 위협적인 슈팅을 시작으로 제주를 압박하기 시작한 포항은 전방에 선 이상기 김동기 이광혁과 중원의 이승모, 무랄랴까지 가세해 몰아붙였다.

황지수는 중원에서 어린 수비라인을 이끌며 제주의 역습을 차단시켰다.

반면 제주는 193㎝의 멘디를 중심으로 마르셀로·안현범·이은범이 포항 문전을 노렸다.

전반내내 공격 주도권을 잡았지만 경험부족의 포항은 결정적인 찬스를 잡지 못하다 27분 제주 정운의 측면크로스를 멘디가 헤딩슛,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포항도 곧바로 반격에 나서 37분 이광혁이 페널티킥을 뽑아냈으나 왼발로 감아찬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만회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전반을 0-1로 마친 포항은 후반 들어서도 공세의 강도를 높였지만 후반 7분 김진영의 어이없는 플레이로 추가골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이날 전반 18분 제주 멘디와의 경합상황에서 어정쩡한 플레이로 헤딩슛을 허용하는 등 시즌 첫 출장경기였음에도 느슨한 플레이를 하던 김진영은 후반 7분 이승희가 뒤로 내준 볼을 제때 처리하지 않다가 멘디에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최순호감독은 김진영의 플레이에 곧바로 노동건을 교체투입하면서 소중한 카드하나를 버렸고, 승리를 확신한 제주는 공세의 강도를 더욱 높이다 12분 이은범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포항은 22분 황지수 대신 이명건, 31분 이상기 대신 심동운을 투입했지만 승리보다는 체력안배 의미가 더 컸다.

결국 포항은 이날 0-3으로 패하면서 제주에 순위도 넘겨줬지만 같은 날 2위 울산이 인천에 무릎을 꿇으면서 2위 도약기회마저 놓쳤다.

그러나 이날 신인급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남은 레이스에서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먼저 왼쪽 윙백으로 나선 우찬양은 K리그 데뷔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비와 빠른 공격전환 등 강상우와 함께 포항 수비의 새로운 피로 눈길을 끓었다.

중앙에 선 조민우도 멘디의 고공폭격을 놓치긴 했지만 2경기 연속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오른쪽 윙백 장철용도 한층 나은 기량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승모는 중앙수비는 물론 공격본능을 갖춘 미드필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줘 부족한 포항 공격 및 중원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편 상주상무는 25일 서울원정에서 전반 36분 서울 이석현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6분 황순민 동점골과 후반 추가시간 김호남의 극장골을 앞세워 2-1승리를 거뒀다.

같은 시각 대구는 전북원정에서 전반 5분 김우석이 선제골과 후반 4분 추가골을 터뜨렸으나 전반 26분 전북 에두와 후반 33분 김민재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2-2무승부로 승점 1점을 챙겼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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