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은 즉위하고 곧 이조판서 성영(成泳)을 파직시켰다. 영의정 이원익이 세 사람을 천거했으나 광해군은 코드가 안 맞는다며 모두 물리쳤다. 다시 신흠을 추천했지만 또 퇴짜를 맞았다. 광해군은 자기와 코드가 맞는 왕비의 외숙 정창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결국 정창연이 이조판서에 임명되자 조정에서는 이론이 분분했다. 하지만 왕의 눈치를 보느라고 공개적으로 비판을 못했다.

그때 대구부사로 있던 정경세가 상소를 올렸다. “임금이 미리 어떤 사람을 마음에 두고 천거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추천하라 하시니 전하께서 인사에 개입, 올리고 낮추고 하는 것이 어찌 이다지도 심하다 말입니까?” 전제군주 시대 임금일지라도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뽑아 쓸 수 없음을 주장했던 것이다.

“오늘날 군주라고 불리는 자들은 입으로는 늘 능력 있는 인물을 등용하겠다고 말하지만 막상 위정자가 되면 그런 인물들을 쓰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그들은 작은 도리는 분간할 줄 알지만 큰 도리는 분간하지 못한다. 위정자가 돼지를 잡아 요리할 때는 반드시 요리 솜씨가 뛰어난 요리사를 쓴다. 하찮은 가축을 잡아 요리하는 데는 재간이 없는 자를 쓰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능력 보다는 연고 관계 신분, 용모를 따진다. 위정자에 있어 나라 일은 가축들에 비해 아무렇게 해도 좋다는 것일까. 작은 도리는 분간할 줄 알아도 큰 도리는 분간할 줄 모른다. 이런 위정자는 말 못하는 사람을 악사로 채용하는 것과 같다” 능력 보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자기 패거리들을 중시하는 ‘코드인사’에 대한 묵자의 경고다.

“밝은 임금은 법에 따라 사람을 고르고 자신의 뜻대로 등용하지 않으며 법에 따라 공로를 헤아리며 결코 자신이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법치를 주장한 한비자도 ‘코드인사’를 경계했다.

제대로 경력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들이 배제되고 대선공신 일색인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에 대한 비판이 무성하다. 새 정부 첫 인사부터 비틀거리는 ‘인사난국’은 ‘코드인사’가 자초한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