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3대 의승장 '기허대사' 진영 최초 공개

기허대사 진영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28일부터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 전시품을 교체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고승 진영(眞影)’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고승 진영’은 문파의 조사(祖師)나 수행의 경지가 높은 승려, 나라에 공훈이 있는 승려들의 초상을 말한다.

승려의 초상을 칭할 때는 참모습을 뜻하는 ‘진영’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진영은 돌아가신 승려를 기리고 추억하기 위해 조성됐다.

조선시대에 유행한 선종에서는 경전이나 교리보다 수행을 강조했으며 깨달음의 전수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법맥이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진다고 보아 유명한 승려를 중심으로 계보를 세우고 법통을 중시했다.

고승들의 진영은 사후에 추모의 제(祭)를 지내는 의례에서 중심이 됐을 뿐만 아니라, 제자들로 하여금 보다 선명하게 스승의 가르침과 사상을 기억하게 하고 상호 간의 정신적 결속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화악당대선사 진영
제(祭)의 대상이라는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화악당대선사 진영’(구8584)이다.

사당(祠堂)으로 보이는 건물과 이를 호위하듯 가지를 뻗은 소나무, 복숭아나무 앞에 화악대사의 모습이 겹쳐 있다.

이 그림은 위패를 모신 사당을 그려 벽에 걸어놓고 그림 속 위패에 지방(紙榜)을 써 붙임으로써 사당을 짓거나 사당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조상의 제사를 치룰 수 있도록 한 조선시대의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와 의미가 닮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 그림은 제사에 모실 조상의 존재를 신주나 위패로 상징하는 대신 초상으로 직접 표현한 것으로도 읽힌다.

이번 전시에는 진영을 12점 선보인다. 이 중 8점은 국립중앙박물관이 2010년에 구입한 것으로, 2012년에 불교회화실에서 한 차례 소개된 이후 많은 진영이 한꺼번에 전시되는 것은 5년만의 일이다.

특히 ‘기허대사 진영’(구8583)은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기허대사 진영’의 주인공인 기허당 영규(靈圭, ? ~1592)는 청허(淸虛)·사명(四溟)과 함께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3대 의승장(義僧將)으로 꼽히며, 조선 후기에는 이 3대 의승장의 진영을 모시는 표충사(表忠祠)가 건립되기도 했다.

부리부리한 이목구비와 좌우에 배치된 무구(武具)는 의승장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나란히 전시된 또 다른 ‘기허대사 진영’(구8620)과 비교해 한 승려의 진영이 여러 점 전해질 때 서로 다른 인물처럼 표현되는 양상을 살펴보는 것도 관람의 한 방법이다.

총 17점을 교체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진영 외에도 석가모니의 설법 장면을 그린 ‘영산회상도’, 세밀한 필치가 돋보이는 사경 등 한국의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전시품도 함께 선보인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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