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인 1993년 공무원 공로연수제도가 생겼다. 정년퇴직을 6개월~1년 남겨둔 공무원에게 사회에 적응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이 제도가 도입됐다. 이 연수 기간에는 현업 수당을 제외하고 보수 전액을 지급한다. 중앙부처에서는 이 제도를 2000년대 중반부터 폐지하고 있지만 도청이나 일선 시군에는 의무제도처럼 자리 잡고 있다. 5급 이하 공무원은 퇴직 6개월, 4급 이상은 퇴직 1년을 앞두고 공로연수를 받는데 자치단체 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공로연수제도가 처음 취지와 다르게 지자체의 인사적체 해소나 퇴출 수단 정도로 인식되면서 제도를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년을 앞둔 공무원들은 공로를 인정받는다는 기분보다 퇴물 취급당하는 것이 싫어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말이 공로연수지 6개월에서 1년간 집에서 빈둥거려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배 공무원 상당수가 공로연수를 기피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후배 공무원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반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공무원들의 호사로 보인다.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이 거부감을 갖는 것은 ‘철밥통의 투정’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공로연수 공무원에게는 보수가 그대로 지급되는 것과 함께 영어나 컴퓨터 교육 등 민간 연수기관에서 받는 훈련비까지 지원된다. 공로연수 기간에는 별다른 근로의무가 없어서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특권으로 보인다.

공로연수 공무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2천867명이던 것이 지난해 3천175명, 올해는 4천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 베이비붐 세대인 1958년 개띠들이 본격 은퇴하는 올해 퇴직 대상자가 7천300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인건비가 1천억 원을 넘는다. 경북도에도 24명이 공로연수를 희망하고 있고 구미시에는 상반기 15명, 7월 신청을 한 공무원이 11명이나 된다. 이는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양상이다.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공로연수에 대해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제도를 손질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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