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BI에 캐릭터 리뉴얼 작업도" 강현주 인하대 교수 컬럼서 밝혀

▲ 고(故) 양승춘 전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 한국디자인진흥원 제공.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한 양승춘 전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와 대구의 향토 주류업체 금복주의 인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엠블럼(휘장)을 디자인한 그는 한국 디자인계의 거목으로 불렸다. 1968년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2005년 정년 퇴임 당시 유일하게 석사·박사 학위가 없는 서울대 학사(學士) 교수로 화제를 낳았고, 국내 최초의 종합광고기획사로 알려진 오리콤(전신은 합동통신광고기획실)의 창립 멤버였다.

1세대 CI 디자이너인 그는 1957년 창업한 금복주와도 인연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강현주 인하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 교수가 양승춘 전 교수에 대해 쓴 칼럼에 따르면, 양 전 교수는 1984년 금복주의 CI(기업이미지)와 BI(브랜드이미지) 작업을 했다. ‘복(福) 영감’이라는 별칭을 붙인 캐릭터 아래에 검은색 고딕 글씨로 ‘금복주’ 세 글자를 새겨넣었다.

1960년대 초반 금복주 창업주가 대구 중구 동아백화점 본점 뒤편 보안부대 뒷골목에 있던 백마사라는 간판 가게에서 극장 간판을 그리는 기술자에게 의뢰해 만들었다. 

중국의 승려인 포대화상(布袋和尙)을 모티브로 한 ‘복 영감’은 굶주리던 시절 배가 나오거나 뚱뚱한 모습을 부러워하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으며, 왼손에 술병과 오른손에 술잔을 들고 술통 2개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김동구 금복주 회장은 “양 전 교수가 당시 광고회사 오리콤의 자문교수로 있으면서 금복주의 CI와 BI 작업은 물론, 복 영감 캐릭터도 단순화하는 리뉴얼 작업도 했다”면서 “업무 스타일이 아주 깔끔했다. 교수로서도 덕망이 높았고 후학 지원에도 희생적으로 나섰던 분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 고(故) 양승춘 전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1984년 리뉴얼 작업한 향토 주류업체 금복주의 브랜드 이미지. 금복주 제공.

1965년부터 3년여간 동양맥주(OB맥주) 디자이너로 근무한 양 전 교수는 주류 디자인과 관련한 BI와 패키지 디자인 작업도 많이 했다.

그는 당시 한국 진출을 앞둔 코카콜라의 CI 매뉴얼을 우연히 접한 뒤 OB맥주에 CI 도입을 시도했고,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과 교수로 자리를 옮긴 후인 1972년과 1985년 OB맥주 CI 개발과 리뉴얼 작업에 참여했다.

또 동양맥주 마주앙 BI와 OB 라이트 BI, 진로 길벗위스키 BI, (주)백화의 수복·국향·청하·청하화인·설화·백화 24 BI, 경월 그린소주 BI 개발 작업도 했다.

강현주 교수는 “1970년대는 우리나라에 심볼 마크가 도입되는 초창기였고, 양 전 교수님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디자이너였다”면서 “대학으로 가시기 전 맥주 회사 근무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유독 주류 디자인을 많이 하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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