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 전 총괄원장신부 배모(63)씨가 대구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활인들을 감금하는 독방을 운영하고 식자재 대금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시립희망원 전 총괄원장신부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천주교 성직자인 신부가 비리 때문에 구속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황영수 부장판사)는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배모(63) 전 희망원 총괄원장신부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배 전 원장과 회계과장 수녀는 2011년 3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식자재 업체 2곳과 짜고 식자재 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5억8천만 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개인 카드값과 생활비, 직원 회식비,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비자금 가운데 2억2천만 원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산하 사목공제회 등에 개인 명의 예금 형태로 보관하다 적발됐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생활인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177명 생계급여를 관할 달성군에 허위 청구해 6억5천700만 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독방 감금시설인 ‘심리 안정실’을 운영해 생활인 206명을 299차례 강제 격리했고, 간병 능력이 없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중증 생활인 2명의 간병을 맡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다만 법원은 간병 능력이 없는 정신질환자 등에게 중증 생활인 2명의 병간호를 맡겨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거액의 보조금을 부정하게 받은 데다 질서 유지 명목으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신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배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희망원 사무국장과 전 회계과장 수녀에게 징역 1년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비자금 조성을 도와준 식자재 납품업체 대표 2명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보조금 부정 지급에 관여한 달성군 간부 공무원 2명에게는 벌금 500만원씩을 각각 선고했다.

1980년부터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대구시에서 위탁받아 36년간 운영하면서 비자금 조성, 장애인·노숙인 폭행·학대, 거주인 사망 은폐 의혹, 급식비 횡령 의혹 등이 불거지자 운영권을 반납했다.

수사를 펼친 검찰은 대구희망원 사건과 관련, 모두 25명을 입건해 이 중 7명을 구속 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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