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피를 조금씩 식게 하고차가운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러온갖 열망과 푸른 고집들 가라앉히며단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이여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고땅에 뒹굴면서도 말하는 이여

한번은 제 슬픔의 무게에 물들고붉은 석양에 다시 물들며저물어가는 그대, 그러나 나는

저물고 싶지를 않습니다

(후략)




감상) 열어놓은 베란다 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널어놓은 손수건이 바람에 흔들린다. 손수건으로 닦았던 그날의 오후가 거실로 들어온다. 나는 의자에 앉아 바람이 실어오는 한 때를 본다. 아무 것도 사라지고 싶은 것은 없었다. 손수건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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