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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정부는 고리1호기 영구 폐쇄를 이루어 냈다. 1977년 완공 이후 40년만인 2017년 6월 19일 0시를 기하여 고리1호기는 영구히 정지된 것이다. 2017년 6월 18일 오후에 개최된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은 우리 현대사의 명장면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수명연장 결정이 무효라는 1심 판결이 있었음에도 항소 제기 후 계속 운행이 강행되고 있는 월성1호기에 대한 폐쇄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눈앞의 값싼 발전 단가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한 국민적 합의가 실현되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불과 1년 전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고리1호기의 폐로비용이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이며 그 과정도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이어서 결코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까지 감안한다면 원전은 결코 값싼 연료가 아니라는 인식을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사망자 수가 수천 명에 달하고, 그 복구비용이 우리 돈으로 약 22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부는 대선 공약이나 시민환경단체의 기대와 달리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즉각 중단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원전 건설 공사를 중단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정부의 계획은 이렇다. 원전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를 제외한 중립적인 인사 10명 이내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고 그 위원회에 최장 3개월의 활동 기간을 보장한 후, 그 과정에서 공개된 모든 결과를 토대로 공사 중단 여부의 최종 결정은 별도로 선정할 시민배심원단이 내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공론화 계획은 보수언론과 수구 야당 및 이른바 핵 마피아들의 조직적 반대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본 핵 마피아의 담합의 결과에 따른 인재(人災)였다는 것이 일본 내부에서 나온 자성의 목소리였다. 우리나라에도 원자력 관련 이권 확대에만 골몰하고 있는 전력회사, 학자, 정치그룹으로 형성된 핵 마피아가 강력한 세력으로 형성되어 있고 이들이 국가의 원자력정책을 주물러 온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의 보수언론은 하나같이 공정률이 29%나 된다고 하거나 비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나 시민배심원단이 국가백년대계를 결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공개이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당시에도 초기 정보 미공개, 왜곡 등이 큰 문제가 된 바 있었다. 그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나 한국수력원자력은 크고 작은 원전 사고의 규모와 원인 및 조치내용 등을 국민에게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원전의 수명 연장 결정 과정에서조차 안전 관련 핵심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시민단체에서 분통을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영업 비밀’ 운운하는 식으로 대응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핵 전문가들도 물론 이 절차에 참가해야 한다. 다만, 그들은 절차를 주도할 수 없으며 중립적인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하는 방법으로만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모든 과정을 거친 이후 나올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을 따르면 된다. 이런 계획이 수립되고 실현되고 국민의 의견을 모아나가는 것이 바로 나라다운 나라다. 불과 1년 이전의 나라와는 전혀 다른 나라가 바로 우리의 나라가 된 것만도 감격스럽다. 덧붙여, 올해가 가기 전에 절차를 다 마쳐 압도적인 다수의견으로 공사 중단 결정이 내려지고 원전 건설을 위하여 수용해 놓은 아름다운 땅에 과연 무엇을 하는 게 가장 좋을지 다시 행복한 고민을 하는 시기가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숨기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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