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3월 롬멜의 탱크가 예고 없이 동쪽으로 돌격했다. 롬멜은 그의 소규모 병력을 여러 사단으로 나눠 영국군의 방어선을 향해 돌격시킴으로써 적이 그의 의중을 알기 힘들게 했다. 이 기계화 사단은 엄청난 속력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불빛을 낮추고 밤에 진군해 적군의 측면과 후방으로 신출귀몰하며 여러 차례 적군을 불시에 습격했다. 영국군은 방어선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리자 하는 수 없이 동쪽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사막이 바다라도 되듯 이를 이용했다. 보급품 문제와 험한 지세에도 불구하고 탱크를 끊임없이 가동했다. 그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적이 헤아릴 수 없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실제보다 병력이 훨씬 커 보이게 할 의도로 먼지 바람을 일으킬 트럭 부대를 투입했다” UC버클리와 위스콘신 대학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이 쓴 ‘전쟁의 기술’에 나오는 에르빈 롬멜의 북아프리카 사막전에서의 활약상이다. ‘사막의 여우’로 불리는 롬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아프리카 군단을 이끌며 연전연승했던 ‘전쟁 영웅’이다. 연합국, 특히 북아프리카의 영국군에게는 크나큰 두려움의 대상이자 때로는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 롬멜은 포항제철소 건설 당시의 일화에도 등장한다. 1969년 영일만 제철소 공사 현장에는 슬레이트 지붕의 60평짜리 2층 목조건물 한 채가 들어섰다. 포철 건설 초기 온갖 애환과 환희를 품을 현장 사무소였다. 이 건물은 낮에는 건설 지휘소로, 밤이면 직원들이 책상을 침대 삼에 모포 몇 장으로 새우잠을 청하는 숙소로 사용됐다. 제철소를 짓기 위한 철거와 터 고르기 작업에 나선 건설 요원들은 사막전에 투입된 롬멜의 병사와 다를 바 없었다. 현장 직원들은 이 때문에 현장사무소를 롬멜 장군의 야전군 지휘소와 흡사하다고 해서 ‘롬멜하우스’라 불렀다. 불모의 영일만에서 현재의 세계적 기업 포스코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포항테크노파크가 28일 ‘21C 롬멜 하우스’라는 시니어 창업·취업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만 40세~60세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창업·취업 준비공간과 다양한 전문가 교육 과정을 준비했다고 한다. 포스코 신화를 재현할 혁신과 창업의 요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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