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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순의 정신건강클리닉] 방어기전과 성격

곽호순병원 원장 등록일 2017년06월29일 15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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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미운 사람 얼굴에 파리 한 마리가 앉았는데, “요놈의 파리, 때려잡아야지”하고 파리채를 크게 흔들어 파리를 때려잡았다면, 그 미운 사람 얼굴도 다칠 것이 뻔한데 “파리가 얼굴에 앉아서 그랬어. 미안해”이렇게 사과만 한다면 이 사람은 그럴듯한 이유를 대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해 버리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이 방법은 누가 봐도 유치한 방법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매우 적절한 방법이었다고 스스로 우길 것이 분명 하다. 바로 자신의 불완전한 마음을 방어해 내기 위해서 이런 ‘합리화’라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특히 유아기와 아동기의 의존 기간이 영장류 중에서는 가장 긴 동물이고 의존적 욕구와 본능적 욕구의 보살핌을 가장 길게 필요로 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그 욕구에는 좌절을 겪게 되고 욕구와 금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마음의 평화가 깨어지면서 불안이 생기는 데 이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 하는 방법을 우리는 방어기전이라 부른다.

이 방어 기전은 종류가 매우 많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고유한 방법의 방어 기전을 가지고 있고 마음의 평화에 위협을 받을 때는 자기의 익숙한 방어기전을 사용 하게 된다. 이런 방어기전들을 어떤 것들을 자주 사용 하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성격이 결정되고 독특함이 결정되는 것이다.

‘억압’이라는 방어 기전이 있다. 가장 흔히 쓰는 방어 기전으로 의식에서 용납하기 힘든 생각, 욕망, 충동들을 그냥 무의식 속으로 꾹 눌러 버리는 방법이다. 고통스러운 불안을 일으키는 것들을 그냥 무의식 속으로 눌러 버려서 의식으로 떠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마치 집 안에 있는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어 넣어 버리거나 이불로 덮어 버리는 것과 같다. 가장 손 쉽지만 그러나 퇴행된 방어 기전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해서 성공적일 수는 없다. 억압된 감정들은 언젠가 문제가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한(恨)을 감추고 참고 억압하고 짓눌러 버리면 나중에 화병이 되고 우울증이 생기고 신경성 신체장애로 나타날 수 있는 그런 병적인 방어기전이다.

부인을 의심하는 남편이 부인을 이유 없이 때리고 나서 다음날 아름다운 꽃을 한가득 사다 준다면, 자신의 행동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것이다. 부정으로 번 돈을 자선 사업에 사용하면서 죄 닦음이 되기를 기대하는 행위, 맞은편에 앉아 있는 친구의 가지런하고 예쁜 치아를 질투하여 ‘저 이가 몽땅 빠져 버렸으면...’하고 질투하다가 그 생각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그 친구에게 이가 튼튼해지는 우유를 한 컵 따라 주면서 마시라고 권한다면 그 친구는 어리둥절할 것인데, 이런 방법들은 ‘취소’라고 하는 방어기전을 사용한 것이다. 이 또한 퇴행 되고 원시적인 방법들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이나 말이 속마음과 다를 때, 즉 마음속의 욕구와 의식적인 행동이 다를 때 ‘반동형성’이라는 방어기전을 사용한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한 할머니가 계단을 올라가는데 이 할머니를 확 밀어서 넘어트리고 싶은 욕구를 가진 청년이 갑자기 그 할머니를 부축하여 계단을 잘 오르도록 도와준다든지, 미운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아이에게 대하는 정성이 과잉보호로 간다든지 하는 등의 내면에는 이런 반동형성의 기전이 숨어 있기도 하다.

병적이고 퇴행 되어 있고 유치한 방어기전들이 있는가 하면 건강하고 성숙하고 승화된 방어 기전들도 있다. 어떤 기전들을 자주 사용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이 결정되는데, 자기 눈에는 자기의 방어기전들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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