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여객기 이·착륙 6회 제한…스케줄 못 잡은 항공사 취항 보류

K-2 공군기지와 함께 운영중인 대구국제공항 상공에서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대구시는 지난 9개월 동안 베트남 국적 A 항공사와 대구-호찌민 정기노선 신규 취항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성과를 못 냈다. 

지역 상공계와 관광업계가 줄기차게 신설을 요구한 노선이지만, 운항 스케쥴을 잡지 못해 취항이 보류됐다.

국내 B 저비용 항공사도 대구-제주 노선과 대구-타이베이 노선 신규 취항을 위해 대구공항의 문을 두드렸다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K-2 공군기지의 전투기 훈련 때문에 민항기의 시간당 최대 활주로 이·착륙 횟수(슬롯)가 6회로 제한돼 있는데, 이 슬롯이 포화상태여서 운항 일정을 아예 잡지 못해서다. 

탑승과 급유 등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여객기 주차장인 주기장이 포화상태가 된 것도 두 항공사 취항의 발목을 잡았다.

박원식 대구시 공항활성화 팀장은 "대구공항이 통합이전되면 해결될 문제이지만, 통합공항은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를 가정해 목표로 삼은 2023년이 넘어야 이용할 수 있다"면서 "슬롯과 주기장 포화가 항공사 및 노선 다변화를 통한 항공서비스 확대와 질 개선에 지장을 줘서 대구공항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저비용 항공사 유치와 노선 다변화로 연간 이용객 300만 명 달성을 앞둔 대구공항의 활성화가 슬롯과 주기장 포화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기존 취항했거나 취항을 원하는 항공사가 이용객이 선호하는 시간대(오전 9~11시, 오후 4~7시) 노선 신설이 어렵게 됐고, 수십 년 동안 전투기 소음에 시달린 지역민들이 제대로 된 항공교통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제한당하고 있다.

K-2 군 공항 특성상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 민항기의 하루 최대 이착륙이 6회로 제한된 대구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군 수송기 위로 이륙하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해결의 열쇠를 쥔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측은 "수익성 측면만 고려해 요청하는 시간대는 전투기 훈련 때문에 활주로 이용 시간이 포화상태"라면서 "작전 운영과 비행 안전과 상관없는 시간대 슬롯 사용은 허가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남흥섭 공항공사 대구지사장은 "K-2 공군기지는 매우 중요한 군사시설이어서 전투기 훈련에 방해되면 문제"라면서도 "군 당국이 훈련에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협조해준다면 대구공항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대경 대구시 공항정책과장은 "수요가 없는 시간대에 노선을 신설한다는 것은 항공사들이 수익을 포기하란 의미"라면서 "통합이전하는 공항이 생기기 전까지 지역민들이 편리하게 다양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군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근수 대구경북연구원 공항철도정책팀장은 "쉽게 말해 슬롯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간격인데, 주말에 시간당 24회까지 허용해주는 김해공항과 비교해보면 너무 보수적으로 횟수를 제한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면서 "군 당국도 영공 방위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사회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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