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전투기념비 참배·의회 간담회 등으로 ‘사드 불신’ 해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우선 최대 과제였던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 간 신뢰를 쌓고 유대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6개월 이상 막혀있던 정상 간 외교 채널이 순조롭게 복원된 것을 의미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이어진 조기대선 정국 동안 한·미 동맹과 북핵 및 미사일 문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 새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하고 이를 통해 한·미동맹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돈독한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백악관 단독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외신 취재진 앞에서 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베리 베리 굿(very, very good)이라고 표현했다.

확대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백악관 환영 만찬 후 문 대통령을 백악관 3층으로 초청해 링컨 대통령의 침실과 트리티룸을 비롯해 본인과 가족만의 사적인 공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두 정상이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할 정도로 끈끈한 신뢰 관계를 형성한 방증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신뢰 관계는 앞으로 한·미 관계를 원활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 조야의 불신을 해소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조야는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지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로 한국을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미국 도착 후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참배하는 등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장진호 전투와 문 대통령의 개인사가 얽혀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은 더욱 주목받았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 해병1사단이 북측의 임시 수도인 강계 점령 작전을 수행하던 중 중국군 9병단(7개 사단 병력·12만명 규모)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2주 만에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전투를 일컫는다.

미 해병1사단이 중국군의 남하를 2주 간 지연시킨 덕에 흥남지역 피란민 10만여명이 미군 선박을 타고 북한을 탈출할 수 있었고, 흥남철수 피란민 중에는 문 대통령의 부모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당일 오전에도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하는 등 한·미 동맹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음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미국 조야의 불신을 불식했다.

이번 방미의 백미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다.

문 대통령은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 한미동맹 강화 ▲ 대북정책 공조 ▲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공정한 무역 ▲ 여타 경제분야 협력 강화 ▲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적극적인 협력 ▲ 동맹의 미래 등 6개 분야로 구성됐다.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미국의 모든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한반도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고, 일정한 조건이 되면 전시작전권을 조속히 전환하기로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하며 단계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이 대부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 문제와 관련,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유도하기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열린 입장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대북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외교의 수단이며, 비핵화는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동성명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고,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청와대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미 측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이슈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다시 운전대에 앉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다만, 교역분야에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하기로 공약하는 동시에 고위급 경제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또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공동성명 발표안 서명이 지연되는 등 미국 내 행정 절차 때문에 공동성명이 양 정상의 단독·확대 정상회담 종료 7시간 20여 분 만에 발표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와 함께 정상회담 종료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 내용과 무관한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한 것도 원론적 수준의 언급을 예상한 우리 측에 당혹감을 안겼다.

공동언론 발표문은 양국 간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각자 준비해 발표하는 것인 만큼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구체적인 사안을 거론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그런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는 평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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