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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전 검찰총장

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

幷汲一甁中 (병급일병중·물과 함께 한 병 속에 긷고 있네)

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절에 이르면 바야흐로 응당 깨달으리)

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병을 기울이면 달도 또한 없음을)


이규보는 고려 중기의 문인으로 자는 춘경(春卿·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이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알려졌으나 일찍부터 술과 노는 것을 좋아하여 과거 급제가 늦었고 출세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장자’에 심취하는 등 야인으로 지냈다. 최충헌 정권 요직자들에게 청탁하여 본격적으로 출사하여 직한림, 문하시랑 평장사 등을 역임했다. 이를 두고 권력에 아부한 지조 없는 문인이라는 평가와 대몽 항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는 평가가 대립되었다.


이규보는 순수하고 양심적인 관료였지만 소심하였다고 한다. 가문을 일으키고 명예를 드러냄과 아울러 대몽 항쟁에도 함께하려는 욕심에서 출세를 지향한 것으로 보이고, 그가 무인 정권의 실력자 최이(崔怡)에게 감사의 시를 바친 것도 이런 심정에서 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의 저서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동명왕 편’을 보면 “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와 뛰어난 능력을 지닌 빼어난 민족인바 관인(寬仁)으로 왕위를 지키고 예의로 백성을 교화하여 길이길이 이어 나가자(永永傳子孫·영영전자손)”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런 민족의식의 고취를 통하여 당시의 국난을 극복하려는 자세를 보여 주었다는 점 등도 이러한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얼핏 보면 저녁때 산속에서 우물에 비친 달을 노래한 것 같지만, 실제는 불교의 선도리(禪道理)를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늘에도 달이 있고 우물 속에도 달이 있다. 그달을 건지기 위하여 병에 물을 담았다가 쏟아 보니 달은 없다. 원숭이가 연못 속의 달을 건지려다 달은 건지지 못하고 몸만 물에 빠지는 격이라고 할까. 수행을 독려하는 시이다. 천강유수천강월(千江有水 千江月)이다.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쳐 천 개의 달이 보여도 그것 또한 달 그림자 아니겠는가. 본래의 달은 어디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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