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고사작전" vs "정당한 행정조치"

6월 7일 오전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에서 일하는 여성종사자들이 마련한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에게 손수 만든 점심 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폐쇄회로(CC)TV는 필연적으로 모든 사람을 찍게 됩니다. 자갈마당 앞을 지나는 장면만 찍혀도 의심을 받습니다.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여성무의탁보호협의회 대리인 김진홍 변호사)

“자갈마당 내부가 아닌 도로만 찍어 문제없습니다. 인근 1천245세대 아파트 입주가 10월에 이뤄짐에 따라 대구시가 도심부적격시설 정비 계획을 시행하는 데 따른 조치일 뿐입니다.”(김유한 대구 중구청 복지정책과장)

“집행정지 신청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받아들입니다. 행정예고 단계인데, CCTV가 설치되면 집행정지 신청하면 안 됩니까?”(대구지법 제2행정부 판사)

“공사 업체가 낙찰되면 곧바로 CCTV가 설치되고 촬영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지금 막아야 하기에 집행정지를 요청하는 겁니다.”(여성무의탁보호협의회 대리인 김진홍 변호사)

3일 오전 11시 대구지법 별관 제304호 조정실의 풍경이다. 도원동 여성무의탁보호협의회가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방범용 CCTV 설치 행정예고 취소소송과 함께 제기한 행정예고 집행정지 심문기일에서도 양측의 의견은 팽팽했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중구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 고사(枯死)작전의 하나로 폐쇄회로(CC)TV 설치를 본격화하자, 소송을 내고 저항에 나섰다.

중구청은 5월 18일부터 20일 동안 ‘도원동 방범용 CCTV 설치 행정예고’를 했고, 7월 내로 자갈마당 진출입로 4곳에 CCTV를 설치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공사입찰 공고를 낸 상태다.

예고문에 따르면 CCTV는 제2 수창공원 인근 등 ‘자갈마당’ 진출입로 4곳에 설치된다. 4곳 모두 고화질 카메라로 최대 광학 30배 줌인(Zoom in) 기능과 안개 보정기능 등이 탑재돼 있다.

중구청 주무부서인 복지정책과는 소송과 상관없이 CCTV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중구청은 공사 전자견적 제출을 공고, 업체 입찰을 받고 있다. 나흘간 공고가 끝나면 계약 부서인 행정지원과에서 입찰에 응한 업체 중 낙찰자를 결정, 10일 내로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중구청은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개찰과 함께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만약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도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자갈마당 고사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지형재 미래전략담당관은 “엄연한 불법과 협상할 수 없다. 불법 성매매의 상징적 장소인 자갈마당 폐쇄는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보다는 이익이 더 많을 것으로 장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창촌으로서 기능을 없애는 것을 1차 목표로 연말에 개발방안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대대적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이후 전국 성매매 집결지 35곳 중 11개가 폐쇄됐으나, 1908년 일본인들이 일본식 유곽을 조성한 것을 계기로 생긴 자갈마당은 건재했다. 2015년 중앙정부의 강제 폐쇄 정책에도 끄떡없었다.

지난해 대구시는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도원동 도심부적격시설 주변 정비 추진단’을 꾸려 운영 중이다.

올해 초 자갈마당 인근 센트럴자이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도원동·수창동 일대의 환경개선을 요구하면서 성매매 집결지 주변 정비가 본격화됐다.

6월 7일에는 자갈마당 업주와 여성종사자들이 저항의 한 방법으로 오렌지라 이름 붙인 무료급식소로 노인과 노숙인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배준수 기자, 김현목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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