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뱀을 처음 발견했다. 동물들이 뱀에게 물었다. “사자는 먹이를 쫓아가 잡아먹고 늑대는 다른 동물을 찢어 죽인 후 잡아먹는다. 그런데 너의 경우는 사람에게 독을 주어 죽이는데 거기서 무슨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나?” “그렇다면 사람은 다른 사람을 모함하고 어떤 때는 그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악랄한 소문을 퍼뜨리는데 그들은 무슨 즐거움을 찾겠다고 그런 짓을 하나?” 뱀의 대답이었다. 남의 이름에 먹칠하는 사람들의 모함과 험담을 꼬집는 ‘바빌로니안 탈무드’에 나오는 우화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람들이 험담을 퍼뜨리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의 지위를 격하시킴으로써 나 자신을 높여 보겠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남의 사회적 지위가 실추되는 것을 지켜보는 데서 오는 심리적 만족감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청소부 아주머니나 미화원의 사생활을 들춰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의 경쟁자이거나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들의 사생활을 들춰 내 이들의 신분을 격하시키는 데 희열을 느끼는 사례가 수두룩 하다. 사람들은 지도층 인사가 도덕적 측면에서 추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인격살인과 다름없는 추한 소문에 사람들이 이끌리게 되는 것은 이웃의 불행이나 악조건을 보는 것이 우리 인간이 가진 비열한 한쪽 면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무고로 남을 해코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대표적 인물이 연산군 때 유자광이었다. 예종 때 사실을 왜곡, 남이장군을 제거한 ‘무고 9단’ 유자광은 연산군 시절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켜 수많은 선비와 벼슬아치들이 처형당하는 피의 숙청을 단행케 했다.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등 네 임금을 넘나들며 왜곡과 무고로 출세 가도를 달린 유자광은 결국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 죗값을 치렀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에서 공개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둘러싼 폭로 조작사건이 일파만파로 정계를 강타, 당이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 무고의 죗값을 호되게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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