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섭 시집
변경섭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자작나무 숲에 눈이 내린다’(도서출판 애지)에는 깊고 향기로운 자작나무 연작시가 돌올하다.

어떤 원초적 그리움의 표상이자 고독한 겨울의 가운데 서 있는 구도자의 모습이기도 한 자작나무를 의인화해 연인, 자연, 가족, 그리고 세상 사회에 닿는 사랑의 감성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그 내면에는 고뇌와 고독, 슬픔이 절절하게 배여 있다.

해설을 쓴 김영현 소설가는 “1961년생인 변경섭은 격동기의 한국사회에서 불의 터널과도 같았던 80년대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았던 이른바 80세대의 한 사람이다. 그 후 오랫동안 재야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며 풍찬노숙으로 청춘의 세월을 보내야했던 그 세대의 아픔과 상처를 이젠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돌아보아 주지도 않지만 그는 분명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와야 했을 것이”라고.

이제는 “열정의 바다에서 돌아와 강원도 평창 어디메, 텃밭을 일구며 가장 낮은 곳에서 부르는 노래”라고. 이상권 소설가는 “변경섭 시집 속에는 ‘사랑’이라는 말이 비처럼 내린다. ‘당신을 사랑해.’ ‘사랑해.’ 특히 추운 겨울을 힘겹게 버티어내야 하는 것들을, 더욱 사랑해왔다. 이 시집은 그렇게 한생을 살아온 시인이 자작나무숲에서 보내온 편지”라고 헌사하고 있다.

“시집을 두 번째 엮게 되었다. 소설도 두 권 썼다. 장편소설 ‘종태’를 썼고, 중단편 소설집 ‘눈사람도 사랑하네’를 2016년에 출간했다. 시도 쓰고 소설도 쓴다하니 지인들은 욕심이 많다 한다. 그러나 장르가 다르다보니 쓰고자 하는 내용이나 방식이 달라서 어쩔 수 없다. 앞으로도 내용에 따라 호흡이 긴 것은 소설로 쓸 것이고, 시는 시대로 쓸 것이다.”

이렇듯 시인은 자연과 벗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도리, 또는 깨달음, 세상살이의 진실성에 천착하며 창작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또한 “어제 슬픔은 어제 속에 장사하고 내일 즐거움은 내일 가 누리기로 하고 오늘은 오늘살이에 전력하야 맛보고 갈고 씹고 삼키고 삭히어 내 몸에 넣고 말 것이라”는 다석 유영모 선생의 말씀에 마음이 꽂힌 이후 ‘오늘살이에 전력하자’는 생활철학을 지니고 살고 있다.

“당신과 헤어지기 싫어/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의 집 언저리 밤늦도록/ 맴돌다 보았네/ 인가의 불빛만 새어나오는 까만 밤에/ 달빛을 바라는 노란 달맞이꽃”(사랑 부분).

그러니까 이번 시집의 사랑시편은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 그리운 대상들을 향한 말걸기이자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것들에 대한 지극한 모심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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