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6집 ‘블랙’ 기자간담회…"깊이있는 음악하는 뮤지션 되겠다"

“서른아홉 살이 돼 스무 살을 돌아보니 안쓰럽더라고요. 20대 때 제일 듣고 싶던 말이 ‘예쁘다’였어요. 자신에게 예쁘다는 말을 안 하고 ‘난 왜 이렇게 다리가 짧지? 피부가 까맣지?’ 하고 타박만 했어요.”

가수 이효리(38)가 4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정규 6집 앨범 ‘블랙(BLACK)’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신곡 ‘예쁘다’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효리는 여전히 강렬하고 섹시했다. 보통 쇼케이스에서 선보이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노래를 찬찬히 설명할 뿐이었다. 그러나 800석 규모 기자회견장은 그의 존재감으로 꽉 찼다.



정규 5집 ‘모노크롬’(MONOCHROME)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소감을 묻자 이효리는 특유의 발랄한 눈웃음 대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앨범이 나오잖아요. 기다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싶고 후배들과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멀리뛰기를 하기 전에 뒤로 물러선다는 생각으로 지냈어요.”

이효리는 이번 앨범 10개 트랙 중 9곡의 가사를 직접 썼고, 8곡을 작곡했다. 지난달 28일 선공개한 ‘서울’도 그렇게 탄생했다.

“‘서울’을 작사·작곡할 때 서울이 어두웠던 시기였어요. 광화문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렸죠. 제주도에서 살면서 지켜보니 내 고향이 안쓰럽더라고요. 도시를 찬양하는 노래도 좋지만, 도시의 어두운 단면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울을 담아낼 곡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이번 앨범의 콘셉트와 타이틀곡 제목을 ‘블랙’으로 한 이유도 설명했다. 대중들이 걸그룹 ‘핑클’ 리더 출신의 이효리에게 기대하던 상큼 발랄한 이미지는 절제돼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염색도 안 해본 색깔이 없었고 메이크업과 옷도 컬러감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다 걷어냈을 때도 사람들이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줄지 의문이 생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항상 밝게 웃는 모습으로 사랑받았지만, 제 안에는 어두운 면과 슬픈 마음도 있다. 한쪽 면만 사랑받는 게 서글펐다”며 “이제 용기 있게 모든 걸 보여주고 ‘진짜 나’를 내던져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노래를 소개할 때는 ‘제주도 소길댁’ 생활도 풀어냈다.

“제주도에서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느꼈어요. 왜 전에는 몰랐을까요? 다 늙고 다 죽고 지금의 괴로움도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지고, 인기와 영광도 영원하지 못한데…”

몇 년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지내다 보니 동네 꼬마들이 자신이 가수였다는 걸 모르더라며 웃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발소를 하셨는데, 그때는 평범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연예인이 되면서 화려해야 하고 멋있어야 하고…그러다 제주도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에요. 요가원에서 학생들에게 요가를 가르치고 이야기 나누면서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지, 직업이 가수였을 뿐이지’라고 되뇌어요.”

간만의 컴백에 대한 부담감도 내비쳤다. 남편인 가수 이상순(43)은 지난 3일 서울로 올라 연습실을 함께 가는 등 ‘외조’를 톡톡히 해주고 있다고 한다.

“공개방송 사전녹화 때는 팬들만 오잖아요. 그런데 우리 팬들은 다 시집갔을 나이인데, 올 만한 분들이 있을까 싶었어요. 또 여자 연예인이고 나이가 들었는데, 예쁜 후배들도 많은데 아직 화면에 나가도 될까 걱정도 많이 했어요.”



여성 뮤지션 후배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효리는 “뮤지션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선 젊고 예쁠 때만 활동하다 나중에는 묻히는 경향이 있다”며 “겉모습이 사그라지는 걸 받아들이되 내면을 키운다면 질량은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예전에는 예쁜 얼굴로 사랑받았다면 이제는 깊이 있는 울림이 있는 음악으로 점차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걸그룹 마마무는 눈빛에서 끼가 보인다. 그런 건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난다”며 “‘포스트 이효리’는 아이유인 것 같다.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음악적 위치를 구축한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이번 앨범을 만들며 스무 곡 정도 녹음해놨다”며 “정규앨범 활동 뒤 그때그때 시기에 맞는 노래가 있으면 가볍게 싱글앨범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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