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바람을 버려야 돈다
버리는 것과 내려놓는 사이 사과가 익는다
사과는 흰 바람개비
바람에 수없이 돌아야 사과는 사과가 된다
버리고 나니 내가 앉았던 그늘이 푸르다
저 그늘도 흰 바람개비

꽃은 생각을 버려 나비가 된다
수많은 말들이 도는 自?
밤은 무엇을 내려놓아야
흰 바람개비로 다시 태어날까

종은 쇠라는 생각을 버려야 소리가 난다





감상) 무언가 좋은 것을 주고 싶다. 좋은 바람과 좋은 그늘 좋은 아픔까지도 그러나 줄려고 할 때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입술도 바르지 않은 채 나간 슈퍼에서 그를 만나고 입을 벌리고 큰 쌈을 넣으려 할 때 그와 눈이 마주친다. 나를 내려놓지 못해서 오는 불협화음이다.(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