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세 안동시장

두 번 음력 5월을 맞는 윤달이다. 윤달(閏月)은 양력보다 1년에 11일가량 짧은 음력의 책력과 계절이 서로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끼워 넣은 달로, 보통 3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

이 윤달은 일 년 중 한 달이 덤으로 더 있는 달이기에 모든 일에 부정(不淨)을 타거나 액(厄)이 끼이지 않는 달로 인식돼 왔다. 1849년 쓰인 동국세시기는 ‘윤달은 택일이 필요 없어 결혼하기에 좋고, 어른의 수의(壽衣)를 준비해 놓거나 산소를 돌보는 일, 이장 등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윤달에는 귀신이 활동하지 않는다고 여겨 무슨 일을 하더라도 부정을 타지 않는 달로 생각해서, 평상시 신이 두려워했던 일들도 거리낌 없이 했다. 혼례나 이사, 조상의 묘를 정하는 일 등 중요한 일들을 이 시기에 다 진행했다고 한다. 물론 윤달을 좋다, 좋지 않다를 규정짓기는 어렵겠지만, 옛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습에 따라 현대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윤달에 결혼하면 부부관계가 좋지 않고 흉하다는 미신 때문에 웨딩업체들은 윤오월의 예약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 속설은 중국의 역술인 ‘당사주’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사주에서는 음력과 양력의 차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윤달을 ‘비정상적으로 남는 달’이라 하여 ‘공달’이라고 부르며 꺼렸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속설이 우리나라에 잘못 퍼지기 시작하면서 점차 이 시기에 결혼 등 경사를 거행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절대 결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미신으로 굳어져 웨딩업체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게 하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윤달을 맞아 특수를 누리는 곳 중의 하나가 안동의 특산물인 안동포다.

안동포는 고조선 시대부터 낙동강 유역에 야생대마가 재배되어 직조가 시작됐다. 신라 선덕여왕 (632∼646) 때 신라 6부 아낙네들이 가배절 베 짜기 경기에서 최우수품으로 뽑혔던 것으로 전해지고, 조선 시대에는 궁중 옷감으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에는 안동마포조합까지 설립되어 안동의 특산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1927년 ‘조선여속고’ 문헌에 따르면 “안동포가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고 기록돼 있다. 1975년도에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돼 전승되고 있다.

안동포가 이처럼 1천40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우수한 고유 옷감으로 인정받아 온 것은 기후 등 독특한 자연조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유역 토양은 사질토로 배수가 잘돼 대마 재배에 알맞을 뿐만 아니라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강풍을 막아 주기 때문에 질 좋은 대마를 생산할 수 있다.

안동포 판매량은 지난해 1억7천만 원 정도였는데, 윤달이 낀 올해는 두 배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매장문화가 화장 ·납골 문화로 정착되어 가는 이 시점에 전통 안동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정신문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평년에 비해 윤달에 고가의 전통 안동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후손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뿌리 깊은 우리의 효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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