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스티커를 발부하였사오니
사용하시던 우울증을 반납하시고
역마살을 수령해 가시기 바랍니다

각질과 약간의 불면을 처방하였사오니
미온수와 함께 복용하시고
지난 계절 사용하시던 칩거가 남으신 분들은
재활용 봉투에 담아 해가 진 후
골목에 내다놓으시기 바랍니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가출 바이러스가 잠복중이오니
밤에는 외출을 삼가시고 예방차원에서
시집을 서너 페이지 눈물에 충분히 불려
자주 섭취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유효기간이 지난 자폐증이나 실어증은
사용기간을 갱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상) 어쩌자고 세상은 골목마다 이렇게도 공허로 가득한가. 아침에는 저녁의 슬픔으로 허우적이고 저녁이면 아침을 그리워하느라 심장의 밑바닥을 긁곤 하는가. 어느 순간부턴가 세상은 막무가내로 시간을 깨고 있다. 지난 어느 봄, 꽃들이 한꺼번에 왔다가고 난 이후부터다. (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