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확성기가 달린 작은 트럭에 소복이 탄 아이들이 연도에 나온 군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트럭 옆구리에는 ‘한국 축구의 미래는 영덕에서 시작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구 4만여 명에 불과한 영덕군의 강구초등학교가 지난 2015년 유소년 전국 축구대회에 우승해 대게 아치가 서 있는 영덕대교를 건너고 읍내를 한바퀴 돌아오는 퍼레이드를 펼친 것이다.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열린 당시 영덕읍에는 수많은 읍민들이 몰려나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을 기원하는 거리응원을 펼쳤다. 응원을 위해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고, 빵빵한 음향 장치도 마련됐다. 군민들은 너도나도 붉은 티셔츠를 찾아 입고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펼쳤다. 당시 영덕 출신 박태하가 월드컵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었고, 신태용이 성남일화 감독, 김진규 선수가 서울FC 선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박태하는 현재 옌볜 푸더의 감독을 맡고 있다. 박 감독은 포항스틸러스에서 같이 뛰던 황선홍이나 홍명보 보다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고 또 뛰는 투지의 선수였다. 높이 솟구쳐 올라서 내리 꽂는 헤딩이 17번 박태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또 한 명의 영덕 출신 유명 축구선수 김진규가 있다. 현재 대전시티즌에서 뛰고 있는 김진규는 카리스마가 있는 데다 투지가 넘쳐 ‘싸움닭’, 수비수임에도 적지 않게 득점을 기록해 ‘수트라이커’라는 두 개의 별명을 갖고 있다.

영덕이 낳은 최고의 축구 스타는 신태용이다. 영해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신태용은 미드필드에서 공수를 능수능란하게 조율하며 ‘꾀돌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감각적이고 지능적인 플레이로 패스할 때와 드리블할 때를 명확히 구분해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4일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과 U-20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47)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전격 발탁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과 U-20 월드컵 때도 전임 사령탑의 도중하차로 중간에 지휘봉을 잡아 특유의 공격 축구로 좋은 성적을 내면서 ‘특급 소방수’라는 별명을 얻은 영덕 출신 신 감독이 2018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불투명해진 국가대표팀을 수렁에서 건져낼지 주목된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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