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201호…사면에 빼곡히 새겨진 부처외 극락정토

경주 남산탑곡마애불상군(보물201호) 전경.
경주 남산 탑곡 마애불상은 동남산 양지 마을에서 탑골을 따라 100여m 오르면 ‘안양교’를 거쳐, 바로 옥룡암(玉龍庵·절) 마당에 이른다.

대웅전을 지나 왼편 언덕으로 오르니, 큰 소나무들 사이로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눈앞에 우뚝 다가선다.

보물 제201호인 ‘경주남산 탑곡 마애불상군(慶州南山塔谷磨崖佛像群)’이다.

3년 만에 처음 오는 길, 마애군상은 의구하되 주변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큰 노송들이 더러 없어졌고, 주변 길 또한 데크 목재로 가공돼 있다.

△북면(北面) 바위벽에 석가여래의 영산 정토

높이 10여m, 넓이 30m쯤 되는 큰 둥근 바위 면에 부처, 스님, 나무, 천인 등을 포함한 34점의 불가 형상들이 빽빽이 돌아가며 새겨져 있다. 일명 ‘부처바위’라고 불린다.

정면인 북면을 향해 올려다보면, 위쪽에 석가여래가 앉아있고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9층탑과 7층탑이 조각돼 있다.

탑 지붕 둘레에 풍탁(風鐸)이 달려있고, 층마다 창문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어, 마치 탑을 바위에 박아놓은 것 같다. 꼭대기에 2구의 천인(天人)이 날고, 두 탑 밑에는 사자 2마리가 좌우에 조각되어 있는데, 영산정토의 안존 보호를 위해 맹렬 짐승인 사자를 파수꾼으로 배치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경주 남산 탑곡마애불상군(동쪽면) 전경.
△동면(東面) 바위벽에 아미타여래의 극락정토

쇠 울타리를 따라 동쪽 왼편 바위에 두 마애불상이 있고, 그 둘레에 천인 6, 7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곳은 아미타여래가 제도하는 극락세계를 묘사해 놓았다고 한다. 시방세계(十方世界)에서 가장 좋다는 48대원(大願)으로 이룩한 극락정토인지라 하늘에서 천인이 내려오고, 희귀한 노래 새인 극락조까지 날아와 극락세계를 축복하는 것 같다. 그리고 두 나무 사이에서 스님이 선정에 몰입해 있고, 그 옆에 삼지창을 들고 이곳을 지키는 금강역사 형상이 희미하게 보인다. 극락불계의 일상적인 아름다운 단면으로 생각된다.

경주 남산 탑곡 마애불상군(남쪽면) 전경.
△남면(南面)에는 3층 석탑과 3존 불상이 있는 불당형상

남면은 부처바위 상층 평지로, 입구엔 3층 석탑이 서 있고, 석등 자리와 마당이 있어 마치 절간 마당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정면 코끼리 같이 생긴 바위 면에 감실을 파고, 그 안에 세 불상을 나란히 새겨 놓았는데, 불당 안에 존치된 삼존불을 연상케 한다. 오른쪽에 조각해놓은 수양버들상과 어울려, 나무 그늘 아래서 마치 세 부처가 담소하고 있는 듯이 다정한 모습이다. 그 옆에 높이 2m 정도 되는 석조 불상이 서 있다. 불두가 없어 안타까우나 볼록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로 여성처럼 보인다. 왼손으로 아랫배를 살짝 만지고 있어, 안산불(安産佛)로 전해오고 있다.

경주 남산 탑곡마애불상군(서쪽면) 전경.

△서면(西面)에는 약사여래 한분이 기도하는 모습

수십 개의 군상 중 특히 애착이 가는 스님상이 하나있다. 이 스님은 동면(극락세계)하단 우측, 사바세계에서 부처님과 극락세계를 부러운 듯이 올려다보며, 염불삼매중인 모습을 하고 있다. 착한 일을 하고 나무아미타불을 많이 외우면 극락왕생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만 믿고, 오늘도 돌 바위 속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하염없이 앉아있다. 용맹정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인생의 근본 이치를 중생들에게 몸소 가르치는 것 같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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