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동대응 원칙·방향 망라…군사옵션 아닌 ‘평화적 해결’
한미일 공조강화 속 中·러 ‘역할’ 압박…외교적 대치 가능성

한·미·일 정상이 7일(이하 독일 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동대응 원칙과 방향을 정상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갈수록 고도화하며 동북아 역내의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3국 공조의 틀 속에서 ‘엄중하고 실효적으로’ 다뤄나가겠다는 3국 정상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적 옵션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원칙 하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도록 최대한도의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설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공동성명의 뼈대다. ‘더 강한 채찍’과 ‘더 큰 당근’을 제공하는 콘셉트로 볼 수 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추가 제재조치를 신속히 도출하도록 3국 정상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대북 압박과정에서 접경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공개 촉구한 대목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같은 한·미·일 3국의 대북공조 강화가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부르며 자칫 새로운 다국적 외교 대치전선을 형성해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 3국 ‘공동성명’은 처음 = 3국 정상 차원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국 정상은 지난 1994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첫 회동을 가진 이후 모두 8차례 만났다. 그러나 이전에는 3국 정상이 협의한 내용을 정리한 공동발표문 또는 언론발표문이 주로 나왔고, 공동성명이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설명했다.

회동결과 문건의 격(格)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3국 정상 차원의 대응의지가 강해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번 공동성명은 미국 정부가 전날 만찬회동 직전 제안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이슈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어젠다로 삼고 있고 이를 동북아 전략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 北미사일 ‘ICBM’ 아닌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 = 한·미·일 3국은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대륙간 사거리를 갖춘 탄도미사일’로 공식 규정했다.

ICBM에 버금가는 사거리를 갖춘 것으로는 평가되지만 대기권 재진입체 등 핵심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CVID 목표 재확인…‘군사옵션’ 대신 ‘평화적 해결’ = 3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의 원칙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즉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무장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도 성명에 넣었다.

보다 주목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달성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고 경제적 제재를 중심으로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3국 대응의 방향이 정리됐다고 볼 수 있다.

◇ ’최대한 압박‘ 공조…새 안보리 결의 도출 공동노력 = 3국 정상은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고 비핵화의 장에 복귀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가 제재를 포함한 새로운 대북결의를 조속히 채택하도록 공동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특히 관련국들로 하여금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를 축소하도록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점이 주목된다.

◇ 제재·압박은 ’외교적 수단‘…“北 태도 바꾸면 밝은 미래 제공” = 3국 정상은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대화의 장에 복귀시키기 위한 ’외교적 수단‘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할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우리가 늘 주장하는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며 “그 선택은 북한에 달려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북한에 밝힌다”고 말했다.

◇ 중국·러시아 ’역할‘ 압박 = 이번 공동성명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는 역할에 적극 나서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확실히 활용하라는 의미다.

3국 정상은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외교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을 고려해 “북한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이라고 표현했다. 3국 정상은 “북한에게 현재의 위협적이고 도발적인 길을 포기하고 즉각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을 설득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이 같은 성명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국은 한·미·일 공조를 ’대(對) 중국 포위구도‘의 일환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으로서도 이해할 것으로 저희는 기대하고 있다”며 “한·미·일 정상회동 사실을 중국 측에 사전에 알려줬다”고 말했다.

◇ 美, ’한미동맹·미일동맹 강화‘ 천명 = 이번 공동성명은 동북아 역내의 양대 동맹인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3국 정상은 “각각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북한의 어떠한 공격에 대해서도 억지 및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위협에 직면하여 3국간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고리로 한·미·일 안보공조를 강화해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 역내에서의 주도력을 확고히 다지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는 자칫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 북한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對) 중·러의 새로운 냉전적 구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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