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구름을 이고 먼 곳을 보고 있었지

등 뒤에는
정적 같은 꽃들이
손을 떠난 말들이

모서리를 굴리고 굴린 모서리를 다시 가장자리로 밀어내며
손바닥을 펼치면 내일의 날씨를 알 수 있을까

소매를 걷어 올리는 계절마다 두 손에 얼굴을 묻었지

먼 곳을 잘 보기 위해
끝과 시작을 뒤바꾸기 위해
뒤바뀐 것을 되돌리기 위해

겹겹이 둘러싸 안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들어가려고 하고
너는 무게 없이 부풀어
끝내 발밑에 뒹구는 오늘

그렇게, 그래서, 그래도, 우린 살겠지

(후략)




감상) 그렇다면 오늘 피지 않은 작약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해야 하나, 내일 피어날 지도 모른다고 해야 하나, 그만 마음을 접으라고 해야 하나, 내년에도 봄이 올 거라고 말해야 하나, 오래 바라보았다고 그 속을 다 알 수 있다면 꽃이 아니겠지.(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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