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통해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고, 국회를 존중해서 국회의 견제 기능을 충분히 살려줘야 한다” 대통령선거 전인 4월 23일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한 말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거의 쓸모없게 됐다. 19명의 인사청문 대상자 중 11명이 문 대통령 스스로 제시한 ‘5대 비리 원천배제’ 요건에 해당할 뿐 아니라 자질을 의심케 하는 후보자들이 상당수였지만 일부 인선을 강행했다. 대다수 국민은 문재인 정부 내각은 도덕성만큼은 이전 정부 보다는 깨끗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다를 것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면 정책의 효과나 후유증 등을 따지지 않고 일방통행식의 정책이 추진된다.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 보부터 상시 개방하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보의 수문은 열어젖혀 졌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북도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청와대를 따라 실적 현황판을 내걸었다. “가야사 연구 복원을 국정 과제에 포함시켜 달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문화재청장이 고령으로 달려가고 10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입안됐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행사 기념사에서 과학적, 법률적 검토 없이 원전 백지화를 선언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전체 공정률 28.8%인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중단됐다. 그동안 투입된 건설비의 매몰비용과 손해배상 등 최소한으로 잡아도 2조 6000억 원(정부 추산)이 날아가게 생겼다. 더 큰 문제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 미래나 중장기 전력수급 대책 없이 탈원전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은 미국 역사학자 슐레징거가 닉슨 행정부의 막강한 권위를 묘사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제왕적 대통령은 단순히 슐레징거의 책 속에 있는 관념적 개념이거나 지금의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시민들이 손가락질한 이전 정권들의 것만은 아니다. 막강한 권한의 대통령이 막대한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 그것이 제왕적 대통령의 전형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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