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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진 구미시장

‘지방이 답이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여·야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로 외친 것이 있다. 바로 지방분권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수없이 언급됐던 말이지만, 이번에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그동안 지방분권은 대다수 국민에게 크게 와 닿는 이슈가 아니었다. 정권교체기마다 정치적 수단으로 제기됐지만, 반짝 화젯거리로 여겨져 국민의 진심 어린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 대통합’의 기대감이 돌고 있다. 덩달아 중앙권력 집중에 따른 지방소멸, 수도권 과부하, 지역 불균형 등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내실 있는 지방자치 실현으로 국가 균형발전을 끌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실제로 최근 문 대통령은 시도지사와의 만남에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힘주어 강조했다. 지방분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히 논의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의 핵심과제로 인식한 것이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필자는 과거 미국 유학 시절 지방분권에 대해 배우고 직접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쓴 ‘미국 지방자치의 이해-집문당’에서 미국의 연방제를 논하며 지방정부는 하나의 독립된 정부라는 개념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독립적이고 대등한 관계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부속개념으로 전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 헌법에는 ‘연방정부에 속하지 않는 권한은 모두 주 정부에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국가권력이 배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방분권을 통한 진정한 지방정부이다. 이런 분권 의식이 없이는 지방자치를 논할 의미가 없다.

그래서 구미시, 아니 필자가 20여 년 전 민선 시대가 시작될 때부터 지방분권의 중요성에 대해 남다른 애착심과 자부심을 느끼고 앞장서서 그 기반을 다져온 이유이다.

그동안 행정 일선에서 지방분권과 지역사회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추진,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와 강연회, 학술대회 개최 등 지방분권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 및 공감대 확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 경북시장군수협의회장을 맡았을 때는 국회에서 지방분권 헌법 개정안 및 결의문을 발표했고, 지금도 대구·경북의 오피니언 리더모임인‘지방분권리더스클럽’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는 책에서 ‘권리 위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했다. 참 맞는 말이다. 기존 중앙정부 중심의 국정운영 방식은 더 이상 효용이 없다. 지방정부와 전문가, 지역주민과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국민의 이해와 참여가 없는 국가정책은 그 수명과 확장성을 보장할 수 없다.

강력한 재정 분권도 놓쳐선 안 된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바로 재원, 자원의 분배이다. 필자는 내무부 근무 시절 교부세 과장을 지낸 바 있어 지방재정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국가 세입의 80%는 국세인 것에 반해 지방세는 20%에 불과해 지방재정은 더욱 열악하다. 그만큼 재정적으로 중앙에 의존하는 부분은 커졌고, 지방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생겼다. 국세 편중의 비효율적 조세구조 개혁으로 반드시 지방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재정에 대한 권한이 헌법에 명시돼야 한다. 일일이 중앙에서 통제하는 시대는 지났다.

단, 재원의 비율과 지역적 범위에 대해선 더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범위에 있어서 광역단위가 중심이 될지 기초단위가 중심이 될지는 앞으로 깊이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광역중심은 또 다른 예속관계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끝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지방이 살아야 한다. 지방의 발전은 곧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잊지 말자. 지역발전의 주체인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이 직접 나서 30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지방분권, 이제 정말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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