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눈동자가 얼 것 같아.

최선을 다해 달콤해지려 했는데
달아질수록 더러워지고
시끄럽게 시무룩해져.

(중략)

두 발이 타오르는 것 같아, 여보.

다른 이의 생각들을 받아 마셔야 할 것 같아.
모르는 이름을 부르며 잠들어야 할 것 같아.

저녁이 오면
나는 봐.

앙금과 검불과 연기들이
길게
아주 달게
서서히 내 몸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감상) 새벽 네 시 즈음 잠이 깼을 때 매미가 울고 있었다. 잠 못 이룬 매미 아니면 너무 일찍 잠이 깬 매미가 아파트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매미야 그만해, 등을 두드려줄 수도 손을 잡아줄 수도 없는 매미가 새벽부터 목이 터져라 우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매미는 달콤하고 나는 시무룩해지는 찰라.(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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