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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증탕 같은 방···점심 건너뛰고 저녁은 막걸리로"

[르포] 쪽방촌 사람들의 여름나기…낡은 선풍기 한대에 의지해 하루하루 더위와 사투

김현목 기자, 정일훈 수습기자 hmkim@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7월12일 20시20분  
삼복더위가 시작된 12일 대구 낮 최고기온이 35.9도에 이르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날 대구 북구 칠성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종태 씨(83)가 창문조차 없는 한 뼘 남짓한 방에서 선풍기에 의지한 채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지옥’입니다.” 대구 북구 칠성동 쪽방촌에서 만난 강성훈(45·가명)씨는 연방 수건으로 땀을 훔쳐내며 “겨울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폭염 도시 대구의 수은주가 36℃까지 치솟은 초복 날 강씨는 6.6㎡(2평) 남짓한 쪽방에서 10년도 훨씬 넘은 선풍기 하나로 더위와 맞섰다.

닷새 동안 열대야가 이어진 데다 폭염 경보가 내린 12일, 쪽방의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만 토해냈다. 작은 창문 조차 하나 없어서 퀴퀴한 홀아비 냄새가 진동을 더했다.

막노동으로 1만2천 원의 하루 방값을 내는 그는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신형 선풍기를 갖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부엌조차 없는 쪽방에 사는 그는 삼계탕은커녕 라면도 먹지 못했다.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켜면 방 내부 온도가 더 뜨거워져서다. 점심을 포기한 이유다. 

강씨는 “그나마 한낮보다 덜 뜨거운 저녁에 1천100원 짜리 막걸리 한 병으로 고픈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는 푸념도 보탰다.

여인숙을 개조해 만든 쪽방에 사는 시각장애 1급 김종태(83)씨는 사정이 더 열악했다. 앞을 볼 수 없는 탓에 답답한 쪽방을 벗어나 산책이라도 할 기회조차 없어서다. 근처 공원이나 지하철역이라도 갈 수 있는 이웃이 부럽다고 했다. 

김씨는 “가만히 앉아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몸을 닦는 게 여름나기 비법”이라면서 “냉장고가 없어 얼음 구경 못 한지도 십 년이 넘었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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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방촌 유일한 피서지 공동샤워장.
맞은편 쪽방 거주자 김성수(59)씨는 수도꼭지 2개와 플라스틱 바가지 하나가 전부인 3.3㎡(1평)짜리 공용샤워장이 피서지라고 소개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용직 근로자로 일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9만 원을 번다는 그는 “밤이 되면 습하고 더 더워서 잠 한 숨 제대로 못 자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거리 벤치에서 잠을 청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매년 여름이면 지옥 같은 쪽방에서 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쪽방을 벗어나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폭염이 유독 기승을 부리는 대구의 초복 쪽방촌에서 만난 이들은 그나마 보금자리가 돼주는 쪽방인데도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거나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지 못해 15만 원 남짓의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도 수두룩했다. 우리가 흔하게 가질 수 있는 선풍기와 얼음물, 라면 조차도 그들에게는 사치였다.

대구쪽방담소는 8월 말까지 773개 쪽방촌을 돌고 있다. 라면 5봉지와 큰 수건을 나눠주면서 응원한다. 쪽방촌 주민들의 하소연도 일일이 들어준다.

장민철 쪽방상담소장은 “쪽방 주민들은 선풍기와 얼음물을 가장 원하고 있었다. 도움의 손길이 부족해 원하는 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쪽방촌 주민의 여름나기에 시민들이 후원과 응원으로 동참해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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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기자

    • 김현목 기자
  •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