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어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협상을 요구해왔다.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해온 것이다. 미국이 보내온 서한에도 명시돼 있듯이 미국의 무역적자는 미 정부의 주요 주안점이다. 이른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발로다.

통상 문제는 수출이 차지하는 우리 국가 경제의 비중에 비춰 볼 때 국정 현안 1순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수출에 큰 이익을 취하고 있음을 볼 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철강 자동차 등 상품 교역에서 우리 측은 이익을 보고 있다. 개정 협상으로 이 두 분야의 수출에 장애가 생긴다면 포항 대구 경주 등 관련 산업의 비중이 큰 지역 경제에도 먹구름이 온다. 올 것이 왔다. 외교를 철저한 국익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아마추어적인 이념이나 공허하고 구체성이 결여된 접근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협상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는 수사적인 선언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또 “과연 이게 FTA 효과에 의해 미국 측의 무역수지 적자가 가중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선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처할 정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공석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허점을 보여준 것이다. 한심한 노릇이다. 문 대통령은 통상교섭본부장 공석을 “조직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조기에 국회와 여야에 협의해 달라”며 국회에 책임을 전가했다. 협상 준비 전략 등을 고려하면 통상교섭본부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개정 협상은 우리 정부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공동위원회가 개정협상을 개시할 수 있으나 미국의 의지가 워낙 강력해 공동위 개최 이후 한미FTA 개정협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 개정협상을 공식화한 것은 통상 현안을 넘어 안보까지 아우르는 대미 외교 관계 전체의 맥락에서 통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안보와 무역을 연계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 등을 통해 한미FTA 개정협상을 공식화했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도 거론했다. 심지어 우리 정가에서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 조성과 관련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 지지’ 등을 얻었다면 미국은 한미FTA 재협상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안과 상황이 이러한데도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이날 현안 설명 브리핑은 매우 단편적인 대응에 그쳐 아쉽다.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철저한 국익 차원에서 치밀한 협상 전략 아래 통상교섭본부장의 임명 등 신속하고도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우리 정부에 주문한다. 국회도 여야 긴급 정당 간 회담을 하고 정부조직법을 밤새워서라도 머리를 맞대 신속한 입법화를 통해 통상교섭본부장이 탄생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처리의 날치기(?)는 이럴 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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