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막 안에서 계책을 내어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하는 일은 내가 장량 보다 못하다”한고조 유방이 항우를 제압하고 천하통일에 성공한 것은 부하들의 지혜를 잘 이용한 덕이다. 힘이 산을 뽑고, 기개가 세상을 덮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영웅 항우가 특출한 재능도 못 가진 유방에게 진 것은 독불장군식 용인술 때문이었다.

항우 휘하에 한신, 진평, 영표 등 천하의 무장과 모사들이 있었지만 삼군을 휩쓸어버릴 수 있는 자신의 용맹만 믿고 이들의 지혜를 빌리지 않았다. 항우로부터 푸대접 받은 인재들은 유방에게 귀순, 천하통일의 일등공신이 됐다.

“현명한 군주의 길이란 지혜로운 자로 하여금 그의 지모를 다하게 하고, 군주는 그들의 지모로 나라 일을 결정함으로써 군주의 지혜가 무궁해질 것이다.” 한비자의 치도론은 군주의 지혜는 몸소 일하는 데 있지 않으며 신하의 지혜를 잘 이용하여 신하가 공적이 있으면 그의 현명함은 군주의 것이 된다는 것이었다. 훌륭한 리더는 다른 사람의 지혜를 잘 이용하여 자신의 사업을 완성한다고 강조했다.

제 환공을 도와 춘추의 패자가 되게 한 제나라 재상 관중도 한비자의 치도론과 견해를 같이한다. “군주 한 사람의 힘으로만 나라를 다스리면 그 자신 역시 피로할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재앙과 불행이 따른다”고 했다.

“스스로 정사를 처리하다 보니 일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일이 많다 보니 다스리기 어려워지고, 그러다 보니 머리가 혼미해진다. 이로써 일의 중요도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러한 문제를 깨닫지 못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힘을 탕진하게 돼 함부로 엄벌을 남용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군주라면 자신의 힘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현명하고 경륜이 풍부한 신하들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관중이 주장하는 치국의 도다. 일방통행식 국정을 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의욕 과잉으로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우를 조심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관중의 치도를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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