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중국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56)가 외부 지인들과 연락이 끊긴 채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홍콩 명보(明報)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류샤는 남편 류샤오보 사망 이후로 선양(瀋陽)을 벗어나는 것이 금지된 채 가택연금 상태에서 우울증이 심각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류샤오보 부부와 친분이 깊은 중국의 반체제 인사 후자(胡佳)는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을 사람은 류샤”라며 “현재 류샤의 근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그녀와 관련된 소식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류샤오보 부부의 다른 지인들 역시 류샤를 비롯한 유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은 류샤는 지난해 아버지의 사망, 올해 4월 어머니의 사망을 겪었던 류샤가 이번에 남편까지 잃으며 극심한 좌절감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4년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류샤는 남편 류샤오보가 걱정할까봐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얘기를 남편에게도 전하지 않았다.

류샤에게 “잘 사시오”라는 유언을 남긴 류샤오보는 류샤의 안전과 생계를 우려하며 마지막까지 애틋한 부부애를 보였다.

전날 공안요원이 찾아왔었다며 익명을 요구한 류샤의 한 친구는 “예민하고 연약한 여인”이라며 “그녀가 심신 상실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인권운동가 모즈쉬는 “류샤는 최근에야 친구들과 제한된 접촉을 허용받았다”며 “과도한 가택연금이 그녀를 지치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류샤의 남동생 류후이(劉暉)가 지난 2013년 사기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도 류샤의 우울증을 악화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류샤오보의 국제 변호사 재리드 겐서도 “지난 48시간 동안 류샤와의 모든 연락채널이 끊긴 상태로 크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기소 절차도 없이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조치는 그 합법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화가이자 시인, 사진작가인 류샤는 지난 2010년부터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있다가 지난달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가석방된 류샤오보와 다시 만난 상태였다. 류샤가 격리된 상태라는 주장에 대해 관영 중신망은 “현재 류샤는 홀로 있기를 원하는 ‘자유인’”이라고 주장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류샤의 출국이 허용될지를 묻는 질문에 그의 근황을 밝히지 않은 채 “중국 공민의 출입경은 법률에 따라 처리될 것이다. 어떤 예단도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자는 “지금은 류샤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현안”이라며 “그동안 류샤오보의 자유를 위해 힘과 의지를 모았다면 이제는 류샤에 그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겐서 변호사는 “류샤가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고 남편의 장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세계인이 함께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류샤오보 타계 직후 성명에서 “루샤의 희망에 따라 그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어주고 중국을 떠나도록 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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