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측 "시신 냉동보존 희망" 무시한 中 통상절차보다 빠른 화장

노벨상 수상 중국 인권활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1955~2017)가 13일 사망한 지 이틀 만에 화장됐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중국 당국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선양(瀋陽)시 당국은 랴오닝(遼寧)성 선양 원난(溫南)구의 대형 빈의관(殯儀館·장례식장)에서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劉霞·55)를 비롯한 가족이 보는 가운데 이날 오전 고인을 보내는 의식이 치러졌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사망 후 사흘 정도 빈의관에 시신을 두고 친지와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이 조문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통상적이다.

특히 유족들은 망자가 숨진 지 7일째 되는 날 음식을 준비해 넋을 위로하는 ‘두칠(頭七)’이라는 중국의 민간장례 풍속대로 하길 원했으나, 중국 당국이 사망 이틀 만에 시신 화장을 강행했다.

선양시 당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류샤오보가 화장됐다며 아내 류샤가 유골함을 건네받았다고 밝혔다.

류샤오보 사망 이후 중국 당국이 류샤오보를 서둘러 화장할 것이라는 중국 안팎의 관측이 적지 않았고, 이는 현실화됐다.

앞서 홍콩 소재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14일 류샤오보 가족이 시신의 냉동보존을 희망했으나 당국은 이른 시일 내 화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고, 일본 아사히신문도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의 시신을 화장하고 유해를 바다에 뿌릴 것을 유족에게 요구했지만 유족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의 시신이 냉동보관되거나 매장되면 그 장소가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 되는 것을 우려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의 행방과 관련, 선양시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자유로운 신분으로 풀려났다고 밝혔으나 어디에 있는지는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는 류샤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원한다”며 “유관 당국들이 법에 따라 류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샤는 남편 류샤오보 사망 이후 선양을 벗어나는 것이 금지된 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울증이 심각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류샤오보 변호인인 국제 변호사 재리드 겐서는 “지난 48시간 동안 류샤와의 모든 연락채널이 끊긴 상태로 크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샤가 격리된 상태라는 주장에 대해 반관영통신 중국신문망은 “현재 류샤는 홀로 있기를 원하는 ‘자유인’”이라고 주장했다.

류샤는 수감중이던 류샤오보가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이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실상 가택연금돼 한 달에 한 차례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류샤오보를 면회할 수만 있었다.

이어 류샤오보가 지난 5월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선양의 중국의과대학 부속 제1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가 지난 13일 숨지자 류샤는 이제 다시 혼자가 됐다.

류샤오보 사망 이후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류샤오보의 장례식 참석차 중국 방문을 희망했으나 주 노르웨이 중국총영사관은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 법률을 위반한 류샤오보에게 노벨상을 수여한 것은 상의 목적에 반(反)하며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중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선언을 계기로 체포돼 국가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해왔다. 그 와중에 2010년 중국인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중국 당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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