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권한으로 원전운영에 적극 개입, 지역민 안전 지킨다
"주민 생명·재산 보호 위해 원전 사업자 상시 감시"

원자력안전협정을 통해 원전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는 이바라키현 도카이촌에 소재한 원자력 시설 전경. 도카이촌 제공.
글 싣는 순서

1 경북의 지진 발생 현황과 방재 체계

2 경북 동해안 원전의 지진 대응 체계

3 대지진 경험한 효고현의 지진 대응 체계

4 이바라키현의 원자력안전협정

5 일본 모델에서 찾은 국내 첫 원자력안전협정

6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원전 안전과 방재 체계



최근 ‘원전 강국’으로 불리는 프랑스가 2025년까지 전체 원자력발전소 58기 중 30%인 17기를 폐쇄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교훈 삼아 수명 연장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원전 폐쇄에 쓰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40년의 수명을 다해가는 원전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해 원전 의존율을 50%대로 낮추겠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 폐로에 이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시작으로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월성 1호기 폐쇄 등 구체화 한 정책도 실행한다.

프랑스나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 모두 전기 수급 문제 등 논란이 있지만, 국민의 안전에 방점을 찍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경북 동해안도 원전 12기와 중저준위 방폐장을 품고 있어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 9·12 경주 대지진 이후 사정은 더 나빠졌다. 경북일보 취재진은 지진의 강도와 세기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전사업자 외에 경북도 등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민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방법에 눈을 돌렸고, 일본 이바라키현(茨城縣)·도카이촌(東海村)·원전사업자가 맺은 ‘원자력안전협정’에서 해법을 찾았다.

원자력 시설 12개가 입지한 기초자치단체인 도카이촌은 지역 곳곳에서 방사성 물질 수치를 모니터링해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 원자력 시설 신·증설 승인, 출입조사…강력한 지자체 권한

지난 6월 6일 오전 11시 15분께 일본 이바라키현 오아라이마치에 있는 원자력연구개발기구 오아라이 연구개발센터에서 핵연료 보관 용기 점검 중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났다. 직원 5명이 피폭됐다는 결과도 추후 나왔다. 이바라키현청은 반나절도 안돼 사고 사실을 통보받았고, 주민들에게 언론을 통해 사고와 관련된 일체의 내용을 알릴 수 있었다. 하스미 노부유키 이바라키현청 원자력안전대책과 과장보좌는 “1974년부터 원자력 사업자와 맺은 원자력안전협정 덕분에 이번 사고 결과도 나오기 전에 사전연락을 받아 주민 안전 대책을 수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바라키현은 폐로 작업 진행 중인 일본원자력발전(주)의 도카이 제1발전소와 재가동 심사 중인 도카이 제2발전소를 비롯해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일본핵연료개발(주), 스미토모금속광산(주) 등 18개 시설을 품고 있다. 원전 입지 기초지자체 도카이촌(우리나라의 면(面) 단위)은 12개 시설이 소재하고 있다. 원전 사고 위험을 항상 품고 살아가야 한다. 대신에 이바라키현청과 도카이촌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원자력안전협정이 이를 보완해주고 있다.

일본 원자력안전협정의 핵심은 원자력 사업자가 시설 등을 신·증설하거나 폐지, 변경, 관련 용지 취득 등을 하려면 사전에 지자체인 이바라키현과 도카이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인접 기초지자체의 의견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원자력 시설에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때는 운전 정지, 운전 등의 방법 개선 등 안전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요구할 권한도 줬다. 사업자는 지자체가 요구하면 성실하게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해당 조치에 대해 현과 입지 기초지자체에 보고하고 인접 기초지자체에 통지하도록 했다. 지자체의 요구로 운전 등을 정지한 원자력 시설이 운전을 재개하려고 할 때는 현과 기초지자체와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1999년 JCO 임계사고 당시 이바라키현 원자력안전대책조사위원회 입회조사를 하고 있다. 도카이촌 제공.
특히 현과 입지 기초지자체, 인접 기초지자체가 원자력 시설 주변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원자력 시설에 직접 들어가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막강한 출입조사 권한이다.

이 밖에도 사업자는 현과 입지 기초지자체, 인접 기초지자체에 연간 주요사업 계획, 방사선 업무 종사자 등에 대한 교육 훈련 실시계획과 방사선 피폭 상황 등을 매년 보고해야 하고, 분기별로는 원자력 시설 운전 상황, 핵연료 운송물과 방사성 운송물 수송상황 등을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자력 시설의 화재나 사고, 고장 등이 발생하면 현과 입지 기초지자체, 인접 기초지자체에 그 내용을 즉시 연락하고 사고 상황과 원인, 조치, 환경영향 등에 대해 즉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원자력안전협정 외에 통보연락협정도 맺었는데, 원자력 시설 주변 기초지자체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업자의 통보 연락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원자력 시설 주변 안전 확보와 주민 건강보호가 주목적이다.

미야자키 마사히로 원자력안전대책과 총괄과장보좌는 “원자력안전협정은 원자력재해대책조치법이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면서 “지자체에는 원자력 재해 예방대책과 사후대책에 필요한 조치를, 중앙정부와 사업자, 관련 공공기관은 상호 협력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나다 케니치로 도카이촌 소방방재·원자력안전담당 계장이 경북일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준수 기자 baepor@kyongbuk.com
[인터뷰] 이나다 케니치로 도카이촌 소방방재·원자력안전담당 계장

원자력 시설 12개를 안고 있는 도카이촌은 우리나라의 면에 해당하는 작은 기초자치단체이지만, 원자력 사업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상황이 어떤지 항상 감시하고 조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나다 케니치로 도카이촌 소방방재·원자력안전담당 계장을 도카이촌의 원자력 방재 체계 등을 살펴봤다.

△ 도카이촌의 원자력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 원자력안전특별조치법과 원자력안전협정을 근거로 원자력 사업자의 시설 내에 직접 들어가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출입조사(입회조사)와 검사를 하고 있다.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중앙정부가 만든 신 규제기준을 잘 따르고 있는지도 주제별로 꼼꼼하게 조사하고 있다. 도카이촌 공무원과 주민대표 등을 평등하게 구성해 원자력 사업소에 직접 들어가 수질검사도 하고 주변 바닷모래 채취조사를 통해 사업소의 방사성 물질이 배수를 통해 흘러나갔는지도 챙기고 있다.

도카이촌 내 12개 시설과 인접 지역에 있는 2개 시설 등 모두 14개 시설에 대해 실제 원자력 재해나 사고를 가정한 불시훈련인 통보연락훈련도 매년 하고 있고, 원전 사고 시 대피소 운영 등을 담은 독자적인 원전 방재 계획도 세운다.

특히 공원이나 학교뿐만 아니라 음식물부터 개인 주택까지 방사성 물질 여부를 측정해주고 있고, 도카이촌 곳곳에 모니터링 지점을 정해 풍향과 풍속, 방사선량을 기록하고 표시해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 밖에도 전문가와 주부 등 시민이 포함된 도카이촌원자력안전대책간담회를 통해 원자력 관련 사항을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 1999년 ‘임계(臨界)사고’가 전환점이 됐나?

-1999년 9월 30일 오전 핵연료 가공시설인 JCO에서 발생한 임계사고는 666명의 피폭과 더불어 2명의 사망자와 1명의 중상자를 냈다. 침전용 탱크에 규정보다 7배 많은 16.6㎏의 우라늄 용액을 주입해 연쇄 핵분열(임계현상)로 이어지면서 발생한 일본 최초의 임계사고는 안전보다 효율성을 내세운 데다 안전에 대한 직원 교육과 점검이 느슨한 점 등이 주원인이 됐는데, 원자력재해대책특별조치법 제정과 원자력안접협정의 강화에 큰 계기가 됐다. 이후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도 큰 영향을 줬다.

△ 도카이촌장의 권한을 요약한다면?

-사고 발생 시 방사성 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이 뚜렷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민들에게 대피를 위한 일시 퇴거·옥외 대피 지시가 가능하고, 원자력 사업자에게 상황보고 명령을 비롯해 사업장 출입 검사 권한도 주어져 있다.

△ 인구 3만7천여 명의 도카이촌의 책무는?

-우리는 지역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원자력 사업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지금 상황이 어떤지 항상 감시해야 한다. 우리는 주어진 권한으로 원자력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자에게 강하게 권고하고, 만일 사고가 발생하면 주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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