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헌법 담론가들의 개헌론

▲ 김형오 전 국회의장. 연합

제헌절은 왜 국경일인가? 1948년 한국 역사상 최초로 국민이 뽑은 통치엘리트인 국회의원 200명이 모여 제헌 헌법을 만든 그야말로 공화국의 시대를 연 역사적인 시발점이다. 주권자가 군주에서 국민으로 바뀐, 즉 ‘국민주권’이 국가 최고규범으로 명시된 것이다.

이 헌법의 마지막 개정이 1987년이다. 이제 이른바 ‘87체제’는 과연 한국의 발전과 국리민복(國利民福)을 담아내는 적실하고 유효한 제도인가라는 물음 앞에 섰다. 69번째 제헌절, 87체제 30년을 맞아, 본지는 주요 ‘헌법담론자’를 만났다.

우선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가를 중심으로 확산 돼 왔다. 87년 헌법은 8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화를 주장하는 제1야당 통일민주당의 분열로 촉발된 지역주의 정당구도인 ‘1노3김’ 등의 정치세력에 의한 타협이다. 타협이라기보다는 야합에 의해 불완전한 헌법에 그쳤다는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그는 임기 내 개헌과 국회개혁을 목표로 내걸고 헌법연구자문위(위원장 김종인),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위원장 심지연)를 각각 구성했다. 그는 “2016년 ‘최순실사태’도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발생했는데, 이런 헌법 하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채워야 한다”고 개헌을 주장했다. 학구적인 정치인으로 경남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민주화시대 최연소 국회의장이었던 김 전 의장은 “국회에서 1년 동안 주무르고 있는 사안들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 시대에는 하루도 안돼 해법이 나올 것”이라며 “대변혁이 오고 있는데 국회는 낮잠을 자고 있다”는 말로 국회의 능동성을 강조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연합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헌법이 시대 변화에 맞게 개정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음 대통령과 국회 등 광의의 정부는 새로운 헌법 하에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1987년 헌법은 3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철 지난 옷’처럼 사회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기존 헌법질서에서 정치인들의 도덕성과 책임성 부족으로 과연 국민을 위한 국가가 됐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유신시대 동아일보 기자직을 던진 재야 민주화 운동 출신 정치인으로 동북아평화연대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 회장 등 정치권력 밖에서 나라를 위한 광의의 정치를 하고 있다. 이 의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와 소득 격차 등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 한국사회에 큰 불행이 닥칠 수 있다“며 ”인권과 의회민주주의 등 자유민주주의 뼈대는 가져가되 경제정책에 한해서는 사회대타협을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를 헌법 개정에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국회의원(대구동구갑)은 권력구조에 대해 구체적이다. 현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개혁하기 위해 “국민에 책임을 지는 의원내각제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분권형 대통령제’가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헌 논의가 개인의 정략적 계산이나 권력자의 정파 이익으로 오염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개헌의 주체 문제다. 국회나 행정부가 민심의 요구를 반영하는 헌법안을 만들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이다. 또 집권자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개헌 카드를 정략적으로 다뤄와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하고 국민의 뜻과 장기적인 비전이 담겨야 한다는 것. 민간과 시민사회 중심으로 만든 개헌안을 참고해야 하는 이유다. 대화문화아카데미(옛 크리스챤아카데미)가 2010년 ‘새로운 헌법, 무엇을 담아야 하나 -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제시하는 새헌법안 발표’를 묽어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 주목받는다.

개헌 자체에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치세력이 현행 헌법조차도 지키지 않아서 작금의 정치실패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진보)을 위한 헌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헌법교육 등 민주시민으로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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