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잠수해버리겠다던
그가 정말 사라졌다

세상을 안으로만 껴안은 탓인지
저 저녁놀
몸이 굽었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마을 앞길도
굽을 데가 아닌 곳에서 더 굽었다

생의 마디마디 펴지지 않는 토막들 쓸어보는지
파도소리가 부르르르 마당에 깔린다




감상) 여보세요, 여보세요,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전화기 그 건너편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는 듯 그는 상대방을 몇 번 더 부른다. 그러다 잠잠해졌다 나는 사라진 그 목소리에 한참 동안 귀 기울인다. 그의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닿았을까 걱정한다. 허리를 바로 펴면 그의 여운이 사라질까봐 꼼짝도 못하고.(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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