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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년 전 고관절골절 때문에 인공관절 수술을 한 모친이 그럭저럭 건강을 회복하여 생활하던 중, ‘바닥에 앉으면 인공관절이 빠질 수 있다’고 하면서 ‘절대로 앉으면 안 된다’고 하는 의사의 말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탈이 났다.

텃밭에 심어둔 고추 옆에 남겨둔 빈터에 난 잡초 풀을 소가 닭을 보듯 게으른 내가 어느 날 도저히 그냥 볼 수 없어서 두어 고랑만 뽑고 귀찮아서 몇 고랑에 난 풀을 내버려 두었더니, 노모 눈에는 몹시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마당에 난 풀을 뽑지 않으면 뱀이 생길 수 있다고 노상 강조하던 노모가 몸소 풀을 뽑는다고 시작한 잡초 제거 일을 하다가, 스스로 고관절 수술 환자인 것을 잊어버린 채 땅바닥에 퍼질고 앉아서 풀을 뽑기에 이르렀고, 그러다가 그만 탈이 난 것이다. 

아프다고 하니, 정형외과병원에 가봤으나 영상의학상으로는 인공관절이 제자리에 있는 등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고, 그래서 수술을 한 대학병원까지 가보았지만 역시 같은 진단이다. 어쩌나 싶어서 걱정을 하다가 자꾸만 당신이 거의 출근하다시피 하던 동네 의원에 가보고 싶다고 하길래 모시고 가서 진찰한 결과, 역시 물리치료와 영양제 주사로 해결이 되었다. 이러한 경과를 1주일에 걸쳐서 겪는 동안에, 아이들 교육 때문에 떨어져 살던 노모와 함께 본가에서 숙식을 하게 되었는데, 하필 그때 왜 그렇게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지. 그러다 얼핏 생각난 것이 부모봉양휴직이다. 아예 대학에 휴직을 하고서 구순에 이른 노모를 모시고 생활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은 자신이 다니던 직장에서의 신분을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그 직장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질병이나 육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에 사고나 질병 등으로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조부모, 부모(배우자의 부모를 포함)를 간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 1년간 휴직을 재직 기간 중 3회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95년에 도입되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다만, 사립학교법에는 1997년에 도입되었지만, 조부모는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3회 규정도 없다. 기실 육아휴직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많이 논의되어서 일반인들도 많이 알고 있지만, 부모봉양휴직은 그렇게 논의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제도를 이용한다고 하는 것을, 과문한 나로서는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아마도 이는 노부모를 요양병원에 모시거나 살고 있는 집에서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제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노인 중에는 서로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간혹 자존심 등 성격이나 그 밖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요양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거나 가족이 아닌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가 자기 집에 오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노모도 이런 축에 속하는 까다로운 분이다(물론 본인 스스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부득이 자식이 돌볼 수밖에 었고, 그 경우에 공직에 있는 자식으로서는 부모봉양휴직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조선시대에도 부모봉양을 이유로 관직을 그만두고 부모봉양을 하거나 부모가 살고 계신 곳으로 인사발령을 내어달라는 청원을 한 기록이 많이 있다. 조선시대 경국대전과 시정귀양법에 부모의 나이가 90세 이상일 경우에는 모든 아들을, 80세 이상일 경우에는 한 아들을 시정(侍丁)으로 삼아 귀향하여 부모를 봉양하도록 규정하였다. 현행 공무원임용령에서도 부모 봉양을 이유로 한 인사교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2016년 10월에 공무원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부모봉양휴직은 간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하던 것을, 앞으로는 사고나 질병이 없더라도 부양하거나 돌보기 위하여 휴직을 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자 하였으나, 아직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2016년 6월에는 IMF까지 부모봉양휴직의 도입은 노동시장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부모봉양휴직의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을 꾀하는 것은 무지의 소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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