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전력 강화 못한 채 팬과 불통 구단 사장 재신임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도하차 최진철 전 감독과 대조
원인 제공한 모기업 포스코, 명가재건 용단 필요할 때

한국 프로축구의 명가 포항스틸러스가 2년 연속 하위리그로 떨어지는 위기에 처했지만 또다시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씌우는 게 아닐까 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포항스틸러스는 울산현대와 함께 한국 프로축구 탄생과 함께한 유이한 팀으로, 한국 최고의 명문축구단으로 자타의 인정을 받는 팀이다.

특히 지난 2009년 AFC챔피언의 자격으로 FIFA클럽 월드컵에 출전해 3위에 오르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거뒀다.

이어 지난 2012년 FA컵 우승에 이어 2013년 FA컵 2연패와 K리그 클래식 우승까지 거머쥐는 더블우승으로 또 한번 한국프로축구 역사를 바꿔 썼다.

그런 포항이 지난 2016시즌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경기에서 비로소 강등권에서 벗어나는 수모를 겪은 데 이어 올해 역시 21라운드 현재 7위로 내려 앉았다.

지난 2011년 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우승 3회와 4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축구명가 포항스틸러스로서는 치욕이 다름 없다.

문제는 그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가다.

포항은 지난해 성적부진의 모든 책임을 최진철 감독에게 물었고, 포항구단 주스폰서인 포스코는 올 3월 신영권 사장을 재신임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포항의 레전드인 최순호 감독이었다.

지난해 팀을 강등권에서 구해낸 최순호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역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면서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21라운드 현재 7위로 추락했고, 팀 통산 500승 달성도 포항이 498승, 울산이 499승으로 울산에 영광을 내줄 형편에 놓였다.

이처럼 포항이 2년 연속 추락한 원인을 따지자면 2015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2014시즌까지 3회 우승을 이끌었던 장성환 사장이 2015년 3월 느닷없이 김응규 사장으로 교체된 것이 출발선이었다.

포스코는 창단이후 상무급 인사들을 포항구단 사장으로 임명하던 관례를 뛰어 넘어 부사장급이었던 김응규 사장을 임명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또다시 신영권 사장으로 교체시켰다.

1년만에 구단 사장을 2번 바꾸는 혼란을 겪은 포항은 5년간 지휘봉을 잡아온 황선홍 감독에 의해 겨우 3위를 지켰지만 황감독은 시즌이 끝나기 전 일찌감치 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다른 팀에서의 콜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데다 5년간의 성적을 고려할 때 마음만 먹으면 재계약도 가능했겠지만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즉 책임의 출발은 포스코에 있지만 성적부진의 첫 희생양은 최진철 감독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전력을 분석해 보면 최진철 감독의 경험부족도 있었지만 애초 선수단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 이처럼 참담한 결과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포항구단은 올 시즌을 앞두고 또다시 제대로 된 전력보강도 없이 최순호감독이 ‘꼭 붙잡아 달라’고 요청한 선수마저 놓치고 말았다.

그 결과 시즌 개막을 앞둔 포항의 전력은 선발멤버를 구성하기에도 벅찰 팀이 됐으며, 축구전문가들은 당연히 포항을 하위팀으로 분류했다.

팀의 전술적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하겠지만 애초 2년 연속 팀 전력을 강화하지 못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 따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올시즌 포항의 전력은 객관적 측면에서 도민구단인 강원FC보다도 못한 형편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FC는 정조국·이근호·황진성·문창진·한국영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강력한 외국인 공격수와 수비수 영입에 주력해 왔다.

예산부족 타령만으로는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은 20라운드까지 선전을 거듭하며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결국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남은 12경기서 반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하지만 ACL출전권이 걸린 3위권과도 승점 7점차이가 나 쉽지 않게 됐다.

구단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지만 과연 구단이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올시즌 홈페이지 개편을 이유로 팬들과의 소통의 장마저 폐쇄해 버린 포항구단이 과연 프로구단이 맞는지 여부부터 물어야 할 때다.

따라서 오늘의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포스코가 포항구단이 이대로 추락하도록 지켜보며 모든 비난을 끌어안을 것인지, 아니면 조기에 팀을 수습해 축구명가 재건에 나설 것인지 선택할 때가 됐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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